화단에 아주 작은 꿀벌 한마리가 천천히 기어 다니고 있다.
그걸 본 꼬마가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불쌍하다! 꿀벌. 날개를 다쳤나봐!"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꿀벌, 본지 오래 됐다.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4년 안에 멸종한다"고 했다고 한다.
"일단, 우리는 4년은 확실히 더 살겠네!"했더니 꼬마는 "불쌍해!"라며 손으로 살짝 잡고 화단 안쪽 꽃잎 위에 올려준다.
아이슈타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한 말이라는 설도 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꿀벌은 지구 생태계의 건강을 측정할 수 있는 중요한 곤충이다. 꿀벌은 암술과 수술을 만나게 하는, 그냥 복잡한 얘기 집어치우고 세상 식물의 삼신할미 역할을 하고 있다.
꿀벌이 줄어들면 열매가 맺기 힘들어진다는 얘기고 결국 우리를 포함한 전 세계인들의 먹거리가 위협받게 된다. (너무 점잖나?) 시원하게 얘기하면 “이러다 우리 다 죽어”가 된다.
어차피 육식도 초식동물, 작물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니까. 이게 생태계 붕괴다. 그렇게 귀한 꿀벌이다!
다친 꿀벌 한 마리 꽃잎 위에 올려놓는다고 뭐가 달라지겠냐만은. 그래, 그런 작은 노력, 보잘 것 없는 노력이라도 당장 당면한 것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한다. 상황이 심각하니까.
사실 꿀벌은 인류의 ‘삼신할미’라는 막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의도치 않게 인간에게 실질적인 많은 것을 제공하고 있는 알짜 곤충이기도 하다.
곰돌이 푸도 좋아해서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꿀은 피부미용, 피로회복, 숙취, 구내염, 숙면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냥 달고 맛있어서 다양한 음식에도 가미되기도 한다. 가래떡에 꿀찍어 먹는 거, 우유에 꿀을 타 마시는 거 모두 ‘꿀맛’이다.
그런데 꿀은 벌이 우리 먹으라고 부지런히 만드는 게 아니다. 자기가 먹을려고 수천 번, 수만 천의 날개짓으로 모은 소중한 식량이다. 비싼 값에 팔리는 로열젤리도 여왕벌의 먹이다. 프로폴리스, 꽃가루(화분), 봉침(봉약침)도 마찬가지, 꿀벌이 필요해서 모으고, 만든 것들이다. 그걸 한 입에 털어 넣으면 꿀벌은 어떻게 될까?
당연히 굶어죽는다. 그래서 양봉업자들은 설탕물을 먹인다. 일부에선 그게 뭐가 문제냐고 하는데 다 문제다.
우선 곰이 재주 부리고 돈은 주인이 벌기도 하지만, 곰에게 제공하는 게 사료로 제공하는 설탕물도 썩 좋은 결과를 보장하진 않는다. 당이 올라서가 아니라 병을 만들기 때문이다. 병을 방지하기 위해서 꿀벌에게도 항생제를 사용한다. 그럼, 결과는? 인간에게도 좋을 게 없다.
시름시름 병든 꿀벌도 불쌍하지만 귀한 꿀벌이, 인간에게 이로움을 무한히 선사하는 귀염둥이가 한꺼번에 죽는 일도 있다. 살충제. 해충을 잡기 위해 뿌린 농약 등이 꿀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9월에는 4대강에서 꿀벌 폐사의 원인으로 지목돼 미국, 유럽에서는 퇴출된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 네오니코티노이드는 담배에 들어있는 니코틴과 유사한 효과를 내는 신경 합성 살충제다. 국내에선 연간 사용량을 제한하고 있지 않은 게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물론 정부 및 관련 부처는 "국내 꿀벌 떼죽음의 원인으로 보긴 어렵다"며 한발 빼고 있는 상황이다. 그 놈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증명하기 힘들다고 한다.
이래저래 불쌍하고 피곤한 꿀벌의 수모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많은 양봉업자들이 여왕벌이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날개를 자르고 있고, 인공 수정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돼지, 소, 닭 많은 동물들이 자연스러운 본능을 거세당했다는 건 윤리적으로도 문제지만, 생태적으르도 큰 문제다.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들면 특정 바이러스가 발생했을 때 군 전체가 한꺼번에 사라질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꿀벌의 위기는 지구의 위기다.
그런데 우리는 꿀벌의 먹이인 꿀을 먹으면서 벌은 무얼 먹는지,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는 잘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 우리는 예쁘게 포장된 상품으로 꿀을 만나니까. 꿀벌은 그 뒤에, 꿀벌의 먹거리는 그보다 더 뒤에 있다. 내가 생태계를 파괴하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찝찝한 생각이 들면 억울함에 즉각 반기를 들게 되는 이유다.
나는 꿀벌과 생태계를 저격할 직접적인 의도가 없었으니까. 직거래가 아니라 생산/제조/가공/배송 단계가 길어질수록 소비자의 눈도 멀어지게 돼있다. 파는 이는 가성비와 효능을 말하지 이면의 부정적인 결과를 말해주지 않으니까.
생존을 위한 먹이 약탈의 가장 흔한 예를 아무래도 우유다. 우리가 시중에서 쉽게 우유를 살 수 있는 것은 소가 송아지가 필요한 것 이상의 젖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급적 많은 양의 우유를 뽑아낼 수 있는 개체가 육종됐고, 사료를 먹여 더 많은 양의 상품을 뽑아내고 있다.
학계에 의하면 과도한 착유로 인해 요즘 소의 수명은 보통 6년 정도에 그친다. 소의 최고령 기록은 48세 9개월. 자연적으로는 15~20년임을 고려하면 깜짝 놀랄만한 수준이다. 사람의 수명은 해가 갈수록 길어지는데, 사람의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소의 수명은 줄어들었다.
우유를 생산하지 못하는 소는 도축을 위해 트럭을 탄다. 우리는 그런 소의 우유, 치즈, 생크림, 요거트를 소비하고 있다. 살과 내장 이야기는 이번 챕터에서는 맞지 않으니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다.
다낭 호텔에서 매일 아침 나를 즐겁게 해줬던 꿀을 뿌린 요거트, 이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