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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유 Oct 27. 2024

# 7. 단짠단짠의 눈물

- 밥 안 먹어? 

- 다이어트 중이야. 

- 니가 먹는 간식이 더 살쪄. 

- 나 그거 먹으려고 안 먹는 건데? 

- ??     


밥보다 비싼 커피가 일상이 되며 달달구리가 생활의 활력이 되고 있다. 작지만 강력한 고칼로리를 가진 디저트의 유혹에서 나도 자유롭지 못하다. 밥과 커피, 반찬과 초콜릿이 있다면 나는 커피와 초콜릿을 먹겠다고 했었다. 이렇게 되면 욕도 같이 먹으니 배가 더 불렀다.      


커피, 초콜릿, 사탕, 젤리, 마시멜로, 케이크 등 달콤한 디저트는 눈도 즐겁고 혀도 황홀하고 기분도 후룰루 널뛰게 한다. 내가 여전히 다이어트 중인 것도 맞고 이것들이 혈당 스파이크 주범으로 첫 손에 꼽힌다는 걸 알지만 끊기는 어려웠다. 역시 작고 반짝이는 건 소중하다는 말이 맞다고 되새기며 달콤함에 녹았다. 


하지만 모르는 게 약이라고, 알게 된 이상 나도 하나하나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단 젤리, 사탕, 마시멜로를 끊었다.      


“초콜릿을 먹는 나를 감옥에 보내달라”고 한 네덜란드 기자 반 퀘컨을 생각하면, 나도 전과자가 되기 전에 초콜릿도 끊어야 한다. 실제로 그는 자신이 유죄판결을 받아 많은 이들이 초콜릿에 숨겨진 비참한 현실을 알게 될 것을 기대했다.      


초콜릿, 그 진한 달콤한 뒤에 고사리 같은 어린이들의 눈물과 땀방울이 숨어있다는 건 이제 모두가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스위스, 벨기에 초콜릿이 유명하지만 원료인 카카오는 코르디부아르나 가나에서 재배된다. 카카오 생산농장에서 수십만 명의 어린이들이 생계를 위해 저임금과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천 조각을 걸치고 칼 하나를 든 아이들이 종일 농장 바닥에 앉아 하루 10시간을 일하고 있는데, 이들 중에는 인신매매로 끌려 온 이들도 있다. 임금은 전혀 받지 못한 채 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기준 초콜릿이 1,000원에 판매되면 농장에는 20원이 돌아간다고 한다. 20년 넘은 자료니 그동안 좀 오르긴 했을까 싶은데, 전혀 기대가 되지 않는다. (아동인권 비정부기구 세이브 더 칠드런 보고서 중) 


국제 노동기구(ILO) 등 여러 NGO들이 아동 노동력 착취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혈당 스파이크는 감수해도 어린 것들의 눈물은 참기 힘들다.      


그렇다면, 사탕이나 젤리, 마시멜로는? 


사탕에 들어가는 사탕수수는 카카오와 비슷한 배경을 깔고 있다고 봐도 무관하다. 젤리의 경우 말랑말랑 쫄깃쫄깃한 식감이 힌트다. 뭘까? 이런 걸 도대체 누가 어떻게 만든 걸까? 


정답! 동물. 딩동댕~. 젤라틴의 주요 원료는 소, 돼지, 닭 등의 가죽, 뼈, 연골이다. 도축한 동물에서 조직을 떼어 콜라겐을 추출하고, 이를 가열해 변성시킨 후 건조하면 젤라틴이 된다.  

    

디저트류는 또한 알록달록 보기에도 즐거운 색깔이 특징인데, 여기에도 잔혹함이 묻어있다. 우선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예전에는 인공 색소를 쓰던 걸 소비자 수준이 높아지며 천연 색소로 바뀌게 됐다. 문제는 천연 색소 중 일부는 출처가 찝찝하다는데 있다.      


사탕, 젤리, 우유 등 보기만 해도 살살 녹을 것 같은 사랑스런 핑크, 딸기 색상을 내기 위해서는 코치닐 색소가 들어가기도 한다. 햄과 소시지도 그렇다. 코치닐은 페루, 멕시코 등 선인장에 서식하는데, 연지벌레라고 불리기도 한다. 1파운드 색소를 만드는데 70,000마리 이상의 곤충이 희생된다. 진주색, 은색, 반짝이는 색상에는 물고기 비늘에서 추출된 구아닌이 사용된다.   


최근에는 토마토 등으로 대체되거나 합성 색소로 바뀐 것도 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 그리고 현재 일부에서는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알레르기 등 건강에도 좋지 않지만, 많은 벌레를 인위적으로 키우려면 투입되는 물 등 천연 자원의 소모도 불가피하다. 또 일부 학자들은 이런 활동이 생태계 교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한다.       


인간의 희생도 녹아들어간다. 생각해 보라, 그 누군가는 그 작은 벌레를 종일 잡아서 갖다 바쳐야 공장이 돌아가지 않겠는가. 해당 국가의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려 얻는 결과가 그토록 상큼한 과즙 색상을 띄고 있다는 게 뜨악스럽다.        


동물 학대를 거론하다 저개발 국가의 어린이 등 노동자 문제로 사람이 거론된 건 작고 힘없는 것들에 대한 무관심, 무책임의 연속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지 인권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나와 다른 ‘불쌍한 사람들’이란 타자화가 불러올 결과가 참혹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지금처럼 먹거리가 풍족한 시대도 없었지만, 지금처럼 불평등한 시대도 없었다고.      


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 사람 위에 사람이 없다지만. 우리가 바라는 이상일 뿐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지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보고 싶은 것을 말하지 말고, 본대로 말해야 한다. 그리고 깨닫고 달라져야 한다. 변화는 이상으로 생기지 않는다. 변화는 직접 보고 행동하면서 일어나는 행동력이다.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선 허울이 통하지 않고 있다. 과거 한 프로파일러가 잔혹 범죄자들의 특징을 이야기하며 이들이 처음부터 사람을 해치지 않았음을 경고한 사실을 기억한다. 시작은 동물이었다고 한다. 동물도 가장 작고 연약한 것들. 개, 고양이, 닭, 토끼, 새 등. 익숙해지고 자신감이 붙으면 어린이, 여성 등으로 타깃이 옮겨간다고 한다.     


생명 감수성의 중요성은 이러한 사례에서 더욱 강조된다. 우리는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생명이 소중하다는 자각을 가져야 한다. 비록 보이지 않거나 우리가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않는 곳에서도, 동물의 희생이나 생명에 대한 무관심은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동물 학대를 무시하거나 합리화하는 것은 결국 더 약한 존재로, 나아가 인간을 향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동물을 타자가 아닌 생명으로 보는 것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시작된다. 생명에 대한 책임감과 감수성을 높이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책임을 넘어, 공동체 전체가 함께 실천해야 할 일이다.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것에 담긴 생명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자각하고, 이를 바탕으로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할 때,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결국, 이러한 감수성이 공동체의 기본 가치로 자리 잡을 때, 윤리적, 사회적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동물이고 한 생명인 게 아니라 생명이고 그중 동물, 그리고 사람이다. 우리가 먹는 디저트는 그저 달콤하고 즐거운 음식이 아니다.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생명이 담겨 있다.      


사탕과 꿀, 초콜릿 한 입에 어린이 노동과 동물 학대가 녹아 있다면, 이걸 정말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람은 최상위 포식자로서 ‘포식’하는 게 아니라 그에 걸맞은 품위 ‘책임’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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