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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유 Sep 16. 2022

보이지 않던 것이  느껴지는 순간

가슴 벅찬 삶을 능동적으로 마주하는 방법

크고 작은 기쁨과 행복이 가득찬 하루하루였으면 좋겠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고, 나와 이웃한 모든 이, 인연이 닿는 모든 이들이 그랬으면 좋겠다.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알차게 행복하길 바라는 것과 이뤄지는 것 모두.

삶의 주는 크고 작은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능동적인 방법들이 으니.


그중 걷기는 일상에서 지나치고 놓치기 쉬운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하는 가장 주체적인 방법이다.


아무 생각없이 그저 걷다보면 오늘도 쉬이 놓칠수 있었던 삶의 어느 소중한 장면을 불현듯 생각이 나거나, 깨닫게 되어 가슴 벅찬 감사를 느낀다. 




2022년 얼마 전, 5월 즈음 걸을 때의 일이다.

2 년간 봄 여름 가을 겨울,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같이 걷던 길인데 왜, 그날 처음 봤을까.

처음 보게 된 걸까.


내가 걷는 길은 외진 곳은 아니지만 비교적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오로지 인도와 차도만 쭉 한참을 뻗어 있고, 그 길 오른쪽 옆에는 풀과 나무가 많고, 왼쪽 옆은 차가 쌩쌩 다닌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저기, 멀리서 앞에 통행에 방해되지 않게, 일부는 풀쪽에 붙어서, 일부는 차도 쪽에 붙어서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가로수와 풀 등을 베고 가꾸는 조경을 하시는 분들이었다. 옆에는 용달트럭이 세워져 있고, 구석에 가스통과 커다란 솥이 보인다. 그리고 앉아 계신 분들은 국수를 드시고 계셨다. 그 더운 볕에 길에 앉아서 맛있게 드시는 모습.


'아. 아버님'


2021년 11월, 그 끝자락 나는 아버님을 여의었다.


세상 누구보다 무뚝뚝하지만 수줍음이 많고 어진 분이셨던 나의 아버님은,  나무를 심고 가꾸는 조경일을 다니셨다. 때문에 유난히 마른 체구와 어울리지 않는 오래된 나무처럼 두껍고 딱딱한 마디가 굵은, 까만 손을 가진 분이셨다.


입맛이 없어서 약을 처방받으러 간 병원에서 폐염증 소견을 받고 입원한 지 보름 남짓되어 돌아가셨는데, 입원하기 전날까지도 75세의 고령에 힘든 바깥일을 하셨다.


"아버님, 폭염이래요. 일 가신거에요?"

"그래, 왔지. 디기 덥다. 디기 더워. 그래도 더워서 못하고 그런거 없어."

"아버님, 너무 힘드시잖아요."

"개아나, 그래도 내 나이에 이만치 버는 사람 없어. 껄껄"


자식에게 손을 벌리기 싫다고, 집에서 있으면 심심하다고 폭염에도, 나무가 스치기만 해도 살이 찢어지는 강추위 칼바람에도 일을 하시던 아버님은 국수를 참 좋아하셨다.


(따르릉)

"뭐하냐. 나는 참 먹었어."

"뭐 드셨어요?"

"오늘은 국수 주더라. 맛있게 잘 먹었어."


참을 드시는 시간에는 짬이 난다고 자주 전화를 하셨다. 나는 몰랐다. 그저 좋아하는 국수를 드시는 쉬는 시간이라고만 생각했지. 이런 그늘 한점 없는 볕 아래서 차가 쌩쌩 달리는 길 위 한쪽 옆에 앉아 국수를 드신줄은. 내게 그렇게 전화하셨구나. 길 위의 모습에서 돌아가신 아버님의 생전 모습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 울컥. 주먹을 꽉 쥐고 더 씩씩하게 옆을 걸어 지나갔다.


더 잘 살아야겠다. 더 씩씩하게 살아야겠다.



나를 렇게 자랑스러워, 예뻐하셨던 아버님이 참 드시는 시간이 아니라도, 전화를 하지 않아도 오늘은 맞닿아 있다. 이젠 하늘에서 늘 나를 지켜보고 계실테니. 정말 더 많이 웃고. 더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야겠다.





매일 같은 길을 걷는다. 하지만 단 한번도 나는 같은 길을 걸은 적이 없다. 날씨가 달랐고, 기분이 달랐고, 내 상황이 매번 다르다.


길은 항상 나에게

다른 것을 알려주고, 보여주고, 느끼게 한다.


나는 오늘도 가볍게 걷는다.
몸도 마음도 가벼이.

가볍게 걷는 마음은 즐거워
마주한 풍경과 삶에 감사하며
기꺼이 멀리 걷는다.

오늘도 걸을 수 있어 충분히 행복하다.
모두 반드시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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