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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유 Oct 21. 2023

[단편] 삼도천사가 - 1화

마흔 셋. 생이 다했을 때 이게 끝인 줄 알았다.    

  

하지만 거기서 새로운 날이 시작됐고, 권태로운 기다림이 하루, 이틀 이어졌다. 하는 일은 없다. 그저 이 다리에 선 이들이 저 편까지 잘 건너기를 지켜보면 된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선 이 다리, 삼도교는 이승의 끝자락이자 저승의 시작이다. 


차사를 따라 나서는 망자는 대개 죽음을 자의반 타의반 받아들인 상태다. 이 다리에 도착하는 동안 주의사항도 차사가 설명해주기 때문에 그들은 묵묵히 다리를 건넌다. 


이 다리를 지키는 자, 내가 할 일은 그저 지켜보는 것뿐이다.     

     

왜 내가 차사가 되었는지는 모른다. 차사가 맞긴 한 걸까. 


이곳에서의 시작은 그랬다. 그저 삶이 다한 순간 나를 데리러 온 자에게 갈 수 없다고 꼭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얘기했더니, 그는 내게 꼭 여기서 기다릴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 말에 순순히 따라 나섰다. 


구천을 떠도는 자가 되고 싶진 않았으니까.           


이 다리에 서서 지나가는 이들을 지켜본 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서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망자들의 걸음을 보고 있다. 이 다리를 지나 저 생으로 가는 동안, 나는 그 자리에 서서 이 다리를 감독했다. 경비를 서왔다. 아니, 그저 지키고 서있었다.      


그리고 그 때부터 한 사람을 기다렸을 뿐이다. 


새로운 망자가 다리 끝에 서면 내가 기다리는 얼굴인지 확인하고, 이내 체념한다. 아직 그는 오지 않았다. 


다리 위에서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내 기억도 점점 지워지고 있지만 나는 안다.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알리라. 내가 기다린 얼굴임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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