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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sepina Nov 18. 2019

인생은 늘 제멋대로

되는대로 살아보자

 예전부터 친구와 생동성 알바를 탐내곤 했다.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졌고 단기간에다 들이는 노력에 비해 꽤 괜찮은 수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혹시 제가 모르는 문제가 있다면 의료계 종사자 분들 지적해주세요.) 그런데 생각보다 하기가 쉽지 않았다. 막상 찾고 보면 대상의 대부분은 남성으로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오전에 친구가 드디어 여성 대상인 공고가 있다며 내게 링크를 보내 주었는데 참여할 수 없는 일정이어서 안 되겠다며 포기하고 말았는데 저녁에 친구가 다른 공고 링크를 또 보냈다.(뭘 해도 할 애다.) 친구는 이미 신청해서 신체검사 요청 문자를 받았다며 내게도 함께 해볼 것을 권유했다. 친구가 시키는 대로 회원 가입을 하며 신청하려고 내용을 읽어 내려가는데.... 나는 자격요건에 맞지 않았다. 신체 건강하고 특별한 지병도 없어서 건강검진을 해도 늘 정상이라고 나왔는데 그 검진 때마다 나타나는 저체중이 자격미달의 결격사유가 될 줄은 몰랐다. 일상생활의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친구는 '정상'범주가 아니니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이걸 이제야 알았다. 그냥 난 첨부터 이걸로 푼돈(?)을 벌 수 없었던 것이다.  계속 헛꿈을 꾸고 있었던 셈이다.

 반드시! 꼭! 이뤄야 할 일은 아니었지만 이것조차 할 수가 없는 건가, 정말 되는 게 하나도 없네. 나에게만 무례한 것 같은 세상에 또 한 번 심술보가 터지려는 걸 '원래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거등?'이라는 정신승리로 가까스로 붙잡았다. 

본 투 비 예민쟁이(라고 쓰고 못돼먹고 피곤한 성질머리)라 불가능했던 기준. 이제야 알다니 헛웃음이 나왔다.



 저녁 무렵 '입사 제안입니다.'라는 제목의 메일이 하나 왔다. 스팸일 것 같아서 읽지도 않고 스팸함에 넣으려다가 클릭을 해봤다. 오잉 진짜 입사 제안 메일이었다. 그것도 구직사이트에서 맞춤 채용 어쩌고 자동으로 돌려서 보내진 메일이 아니라  내용을 보니 진짜 회사 오너가 구직 사이트에 있는 이력서를 보고 보낸 메일이었다. 

감사하지만 전 엑셀도 잘 못하는 사무직 나부랭이로 살았는걸요..

 투잡러, 제2의 인생을 꿈꾸고 있는 내게 재택근무에 주 3회 출근이라니. 게다가 저렇게 일하는데 주 5회 근무하는 내 연봉에 맞춰 주겠단다. 일단 눈으로 읽어보는 조건은 구미가 당긴다. 물론 오랜 경험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신생' '아직'이라는 단서에서 적어도 '앞으로' 만만치 않을 것임을 직감적으로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고맙다. 나만 콕 집어 메일을 보낸 것은 아닐 테지만 내 이력서에 줄줄이 나열되어 있는 이력이 겉보기엔 그럴싸해 보였나 싶다. 한 분야에만 오래 일을 했으니 척하면 착 알 정도로 전문가이겠거니 추측한 것 같기도 하다. 실상은 나는 저기 적힌 해외 공문서 처리도 하지 못해서 전전긍긍할 텐데. 

 그래도 그 찾아줌이, 제안이라는 말이 너무 고맙게 느껴졌다. 적어도 표면적인 나는 그렇게까지 무쓸모 해 보이진 않구나 싶은 안도감 같은 거.


 하루에 일어난 일이다.

 예전부터 해보겠다고 깝쳐대던(?)알바는 처음부터 내가 할 수 없는 것이었고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내가 전혀 알 수도 없는 곳에서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준비하고 계획하며 사는 것이 우선이지만 절대로 내 계획대로 흘러가 주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내 인생이지만 내가 알 수도 없고 어떻게 할 수도 없는 부분까지 통제하려고 들 때  늘 괴롭고 고통스러웠다. 알면서도 여전히 마음을 놓을 때와 밀어붙일 때의 타이밍을 몰라 세상살이 밀당에 지고 만다. 

 원한다고 노력한다고 다 니것이 되는 건 아니야. 때론 흐름에 몸을 맡기면 새로운 시간으로 자연스레 흘러가기도 하는 거야.

 확대해석, 의미부여 좋아하는 나는 또 이렇게 소소한 하루의 에피소드에 주제의식을 불어넣어 본다.

 길 잃고 헤매는 그 길도 길이라 했다고, 잠시 방향을 놓친 지금 그 길 위에서 글 쓰는 창구를 만나 이렇게 끄적대며 위로받고 있으니 때론 길도 잃을만한 가치가 있다. [라고 쓰며 마음을 다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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