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은 사람이 더 많아.
지난주 금요일 퇴근 직전, 교내로 전달된 우편물에는 비스킷 한봉이 사은품처럼 껴 있었다. 업무를 함께 하는 담당자가 가타부타 쪽지 하나 없이(원래 좀 츤데레 스타일) 보내온 것이다.
괜히 두근두근 소녀감성 생겨서(이런 대목에선 도저히 철이 들지 않는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전화를 했는데 이런 간지러운 얘기가 듣기 싫으셨는지(?) 공교롭게도 그날 조퇴를 하고 자리에 안 계셨다. 그래서 메일 하나 쓰고 퇴근했는데 월요일 아침 일찍 회신이 와 있었다.
새로 설치해야 했던 에어컨 때문에(이야기가 너무 방대하고 악랄(!)해서 차마 다 기록하지 않겠다. 최소 수명 5년 단축당함) 어쩔 수 없이 옆집 양해를 얻어 주인 없는 집에 들어가 공사를 진행했다.
뉴스를 보기가 두려울 정도로 매일같이 이상한 사람이 쏟아지고 있는 작금의 시대라 가뜩이나 나처럼 비관적이며 불안한 사람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대체적으로 나쁜 경우의 수)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니가 공사하고 나서 에어컨이 이상해. 가스가 새는 것 같아. 방이 더러워졌어. 등등등..)그리하여 고마움+연막작전을 펼치느라 미리 조금의 다과와 편지를 써놓고 나왔더랬다. 아무리 개념 없는 사람이 많기로서니 이렇게까지 먼저 을의 자세로 상냥함을(!) 베푸는데 막무가내로 굴 순 없겠지. 하는 철저한 계산 속?
그런데 생각지 못한 답장(!)을 받았다.
내 정신을 내가 통제하고 있긴 한 건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신경 쓸 일이 많은 요즘이다. 종종걸음 치느라 바쁜 하루의 끝에 그래도 웃을 수 있는 건 배려를 알아채고 감사히 여기는 마음, 호의를 기쁨으로 표현하는 이들의 온기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분노를 유발하는 몰상식하고 몰지각한 사람이 주변 어디서 도사리고 있다 갑자기 나타날지 몰라 두렵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직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아 다행이다.
그리고 이럴 때 한 번씩 내가 조금은 착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 또한 나쁘지 않다.(이상한 포인트에서 희열을 느낌)
뾰족해서 늘 화가 많지만(응. 그게 문제) 그래서 파르르 부르르 떠는 일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지만(그게 문제라니깐.) 건드리지 않으면 온순하고 착한 사람한텐 정말 착하게 구는 게 또 나니깐.(근데 못된 사람한텐 더더더 있는 힘껏 못되게 굴지. 되로 받고 말로 주기?!)
못된 내 인격을 꺼낼 일 없게,
내가 계속 착한 사람이라고 착각하게,
괜찮은 사람, 좋은 마음과 많이 닿고 싶다.
(그리고 그 기운을 브런치를 하면서 많이 느꼈어요. -뜬금 고백하고 내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