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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슬포의 모진 바람을 헤치며

11코스, 모슬봉에 올라 탄성을 내뱉는 길

by 체리뽀


엄마, 왜 역방향으로 걷자고 하는 거야? 나는 역방향 싫은데!


아이들과 현재까지 16개의 올레길을 완주했다. 16개 코스 모두 정방향으로만 걸었던지라, 17번째 올레길은 역방향으로 걷자는 말에 첫째 아이가 반감을 드러냈다.


오늘은 유일하게 비 예보가 없는 대정 쪽의 11코스를 걷기로 했다. 지도를 보니 정방향으로 걸으면 북서풍을 정통으로 맞으면서 걷게 될 것 같았다.


제주의 겨울 바람은 칼날같이 아프게, 그리고 뼛속까지 시리게 불어댄다. 하루종일 걷는 올레길 위에서는 최대한 바람을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바람을 얼굴로 맞으면서 걷는 것보다 등에 업고 걷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오늘은 역방향으로 걷는 첫 올레길 완주에 도전해 보자!"


오늘은 무릉외갓집에서 출발해 하모체육공원까지 역방향으로 걸을 예정!


대정은 제주에서도 바람이 세게 부는 곳으로 유명하다. 무릉외갓집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것조차도 힘들 만큼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었다.


"오늘은 11코스 완주 스탬프부터 찍고 걷기 시작이네! 반대로 찍으니까 뭔가 이상해~"


"역방향으로 처음 걷는 건데, 올레 표식 잘 알아볼 수 있을지도 걱정돼~"


"엄마는 너만 믿고 따라 갈게~ 오늘은 주황색 화살표 보면서 걷자!"


무릉외갓집 간세 상징물과 사진 찍고서 출발!


가만히 서 있으면 더 추웠다. 걷기 시작하면 금방 몸에 열이 오른다는 걸 알기에 발걸음을 재촉하려던 그 때, 남편이 뒤에서 나를 불렀다.

"커피 안 마실 거야? 추우니까 따뜻한 음료 손에 들고 걷자! 여기~"


남편이 내 몫의 아메리카노 한 잔을 쓰윽- 내밀었다. 받아든 커피는 세상 따뜻했고, 이 추운 날 따뜻한 커피를 건네던 남편은 마치 구세주처럼 보였다.


"고마워, 여보야! 커피 들고 걸으니까 너무 따뜻하다..."

커피를 들고 오던 남편, 쏘 스윗^^


걸은 지 얼마 안 되어 '무릉도원 올레 권역'이라는 비석을 보게 되었다. 우리가 걷기 시작한 무릉 마을과 근처에 있는 도원 마을의 이름을 합쳐 '무릉도원'이라 부르는 것이었다.


무릉도원(武陵桃源) :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유래한 말로 평화롭고 조용한 이상향을 뜻함. 진나라 때 한 어부가 복숭아꽃으로 뒤덮인 언덕을 발견하고 그 끝에 있는 굴 속으로 들어가자 넓은 들판과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을 발견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함.


내가 찾아낸 무릉도원은 바로 여기, 제주였다. 사랑하는 남편, 그리고 아이들과 제주에서 보낸 모든 시간이 무릉도원에 사는 듯 행복했다.


나의 무릉도원이었던 제주...♡


오늘의 올레길은 '무릉도원' 권역을 지나는 만큼 행복한 일이 가득하길 바라며, 우리가 올라야 할 모슬봉을 보며 계속 걸어 나갔다.


파릇파릇한 양배추 밭 너머로 보이는 모슬봉!




마을길을 걷는 내내 민속 놀이를 하는 아이들 모습이 담긴 벽화를 볼 수 있었다. 고무줄 놀이, 팽이 치기, 제기 차기, 그네 타기 등 우리 집 아이들도 좋아하는 민속 놀이로 가득했다.


민속 놀이 종류를 말하며 걷던 마을길
올레 표식을 따라 걷습니다.
오늘은 주황색 화살표를 따라 역방향으로~
개구리(?)들이 많이 보이던 연못도 지나갑니다.




역방향으로 걸으니 안 좋은 점이 하나 있었다. 정방향으로 걸으면 올레 간세에 쓰인 설명부터 읽고 걷게 되는데, 역방향은 다 걷고 나서야 어디를 걸었는지 알게 된다는 점이었다.


다 걷고 나서야 우리가 걸었던 울창한 숲이 '신평-무릉 사이 곶자왈'임을 알게 되었다 :)


곶자왈에 들어선 순간부터 진정한 '무릉도원'에 온 기분이었다. 거칠게 불던 바람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춥지 않았고, 겨울인데도 이토록 선명한 초록숲을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무릉도원으로 입장하시겠습니다 :)
나무들이 바람을 막아주어 정말 아늑했다.
초록의 기운을 듬뿍 받으며 걷는 길


엄마, 여기 왜 이렇게 단풍잎이 많이 떨어져 있지?


제주에서는 단풍나무를 보기 어려운데, 한겨울에 숲속에서 단풍잎을 보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기념 삼아 가족 모두의 발을 모은 채로 단풍잎과 사진도 남겼다.


노오란 단풍잎이 예뻐서 모아본 4개의 발!


그리고는 다시 걷기 시작했는데, 정방향으로 걸어오던 올레꾼 한 분이 걸음을 멈춘 채 우리쪽 하늘을 향해 사진을 찍기 시작하셨다. 대체 뭘 찍고 계시는 거지?


시선을 올려 뒤를 돌아보니 아까 바닥에 떨어진 단풍잎만 보느라 미처 발견하지 못한 단풍나무가 한 눈에 들어왔다. 단풍잎이 그냥 거기 있었을 리가 없는데, 단풍나무를 찾아볼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아! 저기 단풍나무가 있어서 바닥에 그렇게 단풍잎이 많았던 거구나~!"


"아까는 그냥 지나쳐서 미안해~ 단풍나무야!"


고개를 숙이고 걸으면 땅바닥만 보이는 게 당연했다. 고개를 들고 넓은 시야를 가져야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었다.


노란 단풍나무와 사진 찍으러 되돌아가는 중^^;


오, 여기 도토리도 잔뜩 있어!


아이들은 숲길을 걸으며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도토리들을 잘도 찾아냈다. 다람쥐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실력이었다.


도토리를 주워 모으던 다람쥐들^^;;


"아빠! 이 정도 도토리로 도토리묵 만들 수 있어?"


"아니, 그걸로는 택도 없지!"


"아... 할머니가 해주시는 도토리묵 진짜 맛있는데!"


"그러게... 할머니 할아버지는 도토리 직접 주워다가 가루 내서 도토리묵 만드는 거니까 맛있지!"


"이 도토리 갖다 드리면서 도토리묵 좀 해달라고 할까?"


"에헤이~ 그건 너무 도둑 심보 아니야?"


"헤헤, 그럼 도토리 그냥 두고 갈래!"


열심히 모은 도토리로 도토리묵을 해먹고 싶었던 아이들! 실현 불가능 하다는 걸 깨닫자마자 도토리들을 길에 다시 풀어 주었다.


도토리를 풀어주고 다시 갈 길 가는 아이들!


어? 19코스 걸을 때처럼 좋은 글귀가 여기도 있어~


아이들은 길에서 글귀들을 발견할 때마다 합창하듯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아이들 목소리가 숲속 가득 울려 퍼지며 큰 파장을 일으키는 느낌이었다.


길은 하나의 완벽한 은유다.

그것은 세상 사람들의 감정과 바람을 모두 담을 수 있다.


쿨하게 글귀를 다 읽고 갈 길 가는 자매들^^;


내가 앞으로도 계속 걸어 나가는 사람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딛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말띠인 첫째는 말 흉내, 원숭이띠인 둘째는 원숭이 흉내 내는 중^^;




보물 같은 글귀들을 발견해서 읽다 보니, 어느새 곶자왈을 다 걷게 되었다. 바람도 막아주고 싱그러운 기운도 느끼게 해준 곶자왈을 빠져 나가는 게 못내 아쉬운 순간이었다.


다음 길은 호젓한 밭 사이로 이어졌다. 내가 알아볼 수 있는 농작물은 양배추, 파, 마늘, 브로콜리, 케일, 무 등이었다. 밭마다 자동으로 물을 뿌리는 스프링클러가 열심히 돌고 있었다.


"엄마, 조심해! 스프링클러에서 나온 물이 바람 때문에 우리한테까지 튀어!"


앞서 가던 아이들이 경고해 주었지만, 나는 스프링클러에서 튄 물을 죄다 뒤집어 쓰고야 말았다. 순식간에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돼버린 나를 보고 웃던 남편과 아이들...


"엄마, 우리처럼 물에 안 맞으려면 잽싸게 뛰었어야지!"


"엄마도 뛴다고 뛰었는데... 속도가 안 나서 그만..."


달리기가 느린 나는 스프링클러에서 튀어나온 물을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었다. 흑흑... 이 겨울에 물을 뒤집어 쓴 채 걷는 사람은 아마 나밖에 없었을 거다!


(그 이후로도 저는 몇 번을 더 물벼락을 맞았습니다...ㅠㅠ 바람이 너무 세서 스프링클러에서 뿜어져 나온 물이 길가로 튄 거라 피할 도리가 없었다지요!)


밭 작물을 위해 켜진 스프링클러의 물이 길까지 튀고 있었던...
저 멀리 모슬봉을 향해서 가는 길
아직 탐스럽게 열려 있던 귤 나무도 구경하고,
중간중간 흩뿌리던 비도 맞아가며,
모슬봉에 거의 다 도착했습니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계속되는 날이었다. 맑았다가 흐렸다가, 갑자기 빗방울이 흩날리다가 또 금세 그쳤다가! 유일하게 일관적이었던 건 미친 듯이 부는 바람 뿐이었다.


"어머, 얘들아! 설마 지금 올레길 걷고 있는 건 아니지?"


모슬봉으로 오르는 초입, 정방향으로 걸어오고 있던 올레꾼 아주머니께서 설마 하는 표정으로 말을 걸어 오셨다.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신나게 대답을 했다.


"저희는 올레길 11코스 역방향으로 걷고 있어요!"


"벌써 17개째 올레길 걷고 있는 거예요~"


혹독한 날씨 탓에 얼굴을 꽁꽁 싸매고 걷던 올레꾼 아주머니는 찐으로 놀라신 모양이었다.


"어머나, 세상에! 너희가 올레길을 걷는 거였어? 정말 대단하다... 어쩜 이렇게 잘 걷니?"


아이들은 세상 지친 표정이었다가, 아주머니의 칭찬 한 마디에 의기양양한 표정이 되었다. 그 올레꾼이 엄지 척을 날려주시며 멀어져 가자, 아이들은 본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 이 맛에 올레길 걷는 거지!"


"11코스는 좀 인기가 없나? 왜 이렇게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적을까?"


"얘들아, 다른 사람들한테 칭찬 받으려고 올레길 걷는 거야?"


"응, 엄마! 한라산에서도 어른들한테 칭찬 받는 게 좋아서 정상까지 갔던 거라구!"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 못 들어봤어 엄마?"


아이들이 17개째 올레길을 걷는 이유가 칭찬을 받기 위해서였다는 걸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올레길 완주라는 순수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걷고 있다고 생각했거늘!


"엄마, 학교에서 우리 선생님은 나를 올레길 전문가라고 부르셔~"


"너를? 왜?"


"내가 일기장에 매번 올레길 걸었던 걸 썼거든! 우리 반에 새로 전학 온 친구가 올레길을 걸었다고 하니까, 선생님께서 우리 반에 올레길 전문가가 있다면서 나를 소개해 주셨어!"


"와! 선생님께 올레길 전문가로 인정 받았네? 진짜 멋진 일이다!"


아이들이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에는 제주 토박이 친구들도 많다. 2학년인 둘째네 반에서 한라산 정상까지 다녀온 것도, 올레길을 17개째 걷고 있는 것도, 우리 아이가 유일하다고 한다.


선생님께 '올레길 전문가'로 인정 받아 자신감이 붙은 둘째는 더욱 힘을 내서 모슬봉을 오르기 시작했다.


모슬봉에 오르기 시작한 둘째!
제주 서남부 지역 최대 공동묘지로도 유명한 이 곳!
오르막이 너무 힘들어 잠시 돌아보니, 구름 아래로 펼쳐진 한라산이 보입니다!


모슬봉 정상에 도착했다!


힘겹게 오른 모슬봉 정상에서 엄청난 풍경과 마주하게 되었다. 11코스는 이 곳이 하이라이트였다. 지난번 10코스를 걸을 때 감탄하며 보던 산방산, 그리고 형제섬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곳!


산방산, 그리고 형제섬을 볼 수 있는 모슬봉 정상!


중간 스탬프도 잊지 않고 꾸욱- 찍었습니다 :)


중간 스탬프도 쾅쾅!
산방산과 형제섬을 보며 하산합니다!


아빠, 너무 배고픈데 점심은 언제 먹어?


모슬봉을 다 내려오니 2시 30분쯤이었다. 걷는 내내 식당이 없어서 여태 점심을 못 먹었더니 아이들이 배고픔을 호소하고 있었다. 당장 밥부터 먹어야 했다.


대정고등학교를 지나 길만 건너면 읍내였다. 그토록 기다리던 식당들이 모여 있는 곳! 평소에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던 쌀국수 집이 있길래, 젖 먹던 힘을 다해 거기까지 걸어갔다.


대정고등학교 담벼락 글귀를 읽고 있던 아이들!
쌀국수집 입성! 3시에 먹는 점심... 너무 배고팠어요ㅠㅠ


차 가지러 무릉 외갓집까지 가야 하는데, 버스가 곧 끊길 것 같아!


쌀국수를 먹으면서도 남편은 차를 가지러 갈 생각에 근심이 가득해 보였다. 무릉외갓집이 너무 외진 곳에 있어서 대중 교통으로 가기 어려웠던 것이다.


"미안한데 다같이 완주하고 나서 버스 타려면 버스가 없을 것 같아! 나 먼저 차 가지러 출발할 테니까, 애들이랑 완주 지점에서 만나는 게 어때?"


남편이 조심스레 제안했고, 나는 흔쾌히 승낙했다. 쌀국수집 옆에 있는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를 호로록 마신 남편은 차를 가지러 먼저 떠났고, 나와 아이들만 남아 몸을 좀 더 녹였다.


아이들의 볼은 바람을 하도 맞아 시뻘개진 상태였다. 곶자왈과 모슬봉을 오르내리며 체력 소모도 컸던 탓에 아이들은 다리도 몹시 아프다고 했다.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읍내로 오는 바람에 올레길에서도 한참이나 멀어진 상황... 딸들과 긴급 대책 회의를 하게 되었다.


양볼이 시뻘개진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얘들아, 여기서 조금만 내려가면 바로 도착 지점인데 어떻게 하고 싶어?


아이들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넌지시 물어 보았다. 카페에서 큰 길 따라 900m 정도만 곧장 내려가면 도착 스탬프 지점이었다.


"옆으로 가면 다시 올레길 만날 수 있으니까, 올레길 따라서 끝까지 걸을까?"


"아니아니, 이제 더 이상은 못 걸을 것 같아!"


"밖에 바람도 세게 불고 추워서 그만 걷고 싶어, 엄마..."


예상했던 답이었지만, 아이들은 굳이 남은 올레길을 걷고 싶어 하지 않았다. 마지막 바당길까지 걸었다가는 아이들 모두 감기에 걸릴 각이라, 나도 그만 걷게 하고 싶었다.


"그럼 오늘만 올레길 남은 구간 패스하고 지름길로 가자! 오케이?"


"아... 그런데 뭔가 좀 찜찜하긴 하다!"


"그래? 찜찜한 거 싫으면 원래 올레길 다 걷는 것도 괜찮아!"


"으, 그건 못할 것 같아..ㅠㅠ 나 계속 콧물 나와 엄마!"


엄마인 나에게는 올레길을 다 걷는 것보다 아이들의 건강이 더 중요했다. 아이들과 마지막 힘을 다 해서 도착 스탬프가 있는 지점까지 직선으로 걸어 갔다.


파란 점선의 올레길 대신 식당에서부터 직선 길로 야매(?) 완주 / 덕분에 대정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살짝 놀게 된 아이들!


모슬포 중앙시장을 지날 때쯤 어묵과 붕어빵을 파는 노점이 보이자 두 눈을 빛내며 나를 쳐다보던 아이들! 오늘 하루 고생한 아이들에게 따뜻한 간식을 사 먹이며 무사히 도착 지점에 이르렀다.


마침 차를 가지고 온 남편도 등장! 5시에 퇴근하시는 올레 안내소 직원분이 가족 사진도 찍어 주셨고, 양심에 찔렸지만 완주 스탬프도 찍을 수 있었다.


11코스야, 마지막 한 귀퉁이를 못 걷고 패스해 버려 미안하다! 그리고 무릉외갓집 가는 버스가 없어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던 남편! 정말 고생 많았어요..♡


(17번째 올레길은 처음으로 경로 이탈 했음을 솔직히 고백하는 바입니다.)


11코스는 살짝 아쉬움을 남긴 채 완주 :)


아쉽게 못 걸은 동일리 포구 한 번 보고 갈까?


올레 11코스 마지막 구간은 이상하게 많이 돌아가도록 되어 있었다. 그 길의 끝에는 '동일리 포구'가 있었는데, 아마도 풍경이 멋진 곳이기에 꼭 들르도록 길을 만든 것 같았다.


"직접 두 발로는 못 걸었지만, 차로 들러서 잠깐 구경하자!"


해가 다 진 시각이라 어둑어둑했지만 무지갯빛으로 잘 꾸며진 바다였다. 잠시 구경하러 나간 건데도 바람은 사납게 불어대고 있었다.


"엄마! 아무리 생각해도 마지막에 여길 안 걸은 건 잘한 것 같아..."


"으... 너무 추워! 얼른 차 타고 집에 가자!"


그렇게 우리 가족은 5분 컷으로 '동일리 포구' 구경을 마치고, 하루종일 바람에 어퍼컷을 맞아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귀가했다고 한다.


무지갯빛 동일리 포구 :)


모진 바람이 불었던 모슬봉,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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