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코스, 주황색 당근밭을 지나는 길 (23rd)
어라? 왜 이렇게 밝아? 알람 아직 안 울렸는데... 지금 몇 시지?
"헉! 벌써 8시 30분이잖아? 얼른 일어나! 우리 늦잠 자버렸다!"
남편이 다급히 깨워서 헐레벌떡 일어난 그 날은 열흘 만에 올레길을 걷기로 한 날이었다. 그동안 첫째가 독감에 걸려 아프기도 했고, 기온이 뚝 떨어진데다 눈이 자주 와서 올레길을 걷지 못했다.
오랜만에 기온이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 23번째 올레길을 걸을 계획이었는데... 남편과 나, 둘 다 알람을 듣지 못한 채 늦잠을 자버리고 말았다.
원래 올레길을 걷는 날이면 우리 가족은 6시 30분쯤 기상하고 7시면 집에서 출발한다. 올레길 출발 지점 근처까지 가서 아침 식사를 하고 걷기 시작하면 보통 9시 전후이다.
이렇게 아침 9시부터 걸어도 이르면 오후 4시, 늦으면 5시쯤 도착을 하는데 가뜩이나 해가 짧은 겨울이라 캄캄해지기 전에 도착하려면 무조건 일찍 출발해야 했다.
그런데 8시 30분에 일어나 버리다니...ㅠㅠ 후딱 준비해서 나가도 10시를 훌쩍 넘긴 시간부터 걸을 수 있을 듯 했다. 이왕 늦잠 자버린 거 그냥 올레길 걷지 말고 쉬어 버릴까?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려는 순간,
"엄마, 아빠! 우리 왜 안 깨워줬어? 헉, 벌써 8시 30분이네? 올레길 빨리 걸으러 가자~"
비슷한 시간에 눈을 뜬 아이들이 부랴부랴 준비를 시작했다. 특히 독감에 걸려 오랫동안 집에만 있었던 첫째는 올레길을 걷게 될 오늘만을 손꼽아 기다렸던 바...
아이들과 이미 약속한 거라 올레길 걷기를 무를 수는 없었다. 그래! 출발이 늦은 만큼 부지런히 걸으면 되지! 오늘 걷기로 한 23번째 올레길은 김녕에서 하도까지 이어지는 20코스였다.
"안녕 얘들아! 혹시 너희도 올레길 걷는 거니?"
연세가 좀 있어 보이시는 중년의 남성 한 분과 여성 두 분이 스탬프 박스 근처에서 말을 걸어 오셨다. 시간은 벌써 10시 30분을 넘기고 있었는데, 우리처럼 늦게 출발하는 올레꾼들이셨다.
"네! 저희는 올레길 완주할 건데, 오늘 다 걸으면 네 코스만 남아요~"
"우와! 너희 정말 대단하구나! 설마 오늘 하루에 한 코스 다 걷는 거야?"
"그럼요! 저희는 하루에 한 코스씩 다 걸어요~"
"진짜? 우리는 다리가 아파서 하루에 반 코스만 걷는단다. 오늘도 중간 스탬프 있는 곳까지만 걸을 거야~"
"우와... 좋으시겠다! 저희는 오늘 출발이 늦어서 지금부터 부지런히 걸어야 돼요~"
"그래, 얘들아! 20코스 완주를 응원할게~"
우리 가족 사진도 찍어 주시고, 아이들에게 응원도 가득 해주셨던 올레꾼들! 이 때 뵙게 된 분들과는 나중에 중간 스탬프 지점에서 또 마주치게 된다.
걸은지 얼마 안 되어 <김녕, 떠오르길> 카페가 나왔다. 그리고 그 건물 어디에선가 나타난 고양이 한 마리... 녀석은 갑자기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배를 까고 누워 엄청난 애교를 선보였다.
"어머, 이 고양이 왜 이래? 너무 귀엽다..."
아이들은 애교 부리는 고양이에게 흠뻑 빠져 버렸다. 출발이 늦었으니 부지런히 걷자고 약속했던 게 무색하게도 발길을 한참이나 붙들려 버린 우리 가족이었다.
고양이를 만난 그 카페 옆 바다에는 실제로 '떠오르길'이 존재한다. 김녕의 해녀들이 물질하러 가기 좋게 만들어둔 길인데, 간조 때면 마치 바닷속에서 길이 떠오른 것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엄마, 근데 떠오르길이 어딨어?"
"저기 바다 속에! 지금은 바닷물에 잠겨서 안 보이네..."
"아, 나도 떠오르길 걸어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아이들은 '떠오르길'을 궁금해 했지만 물때가 안 맞아 아쉽게도 볼 수가 없었다. 간조 때 물이 빠져야만 드러나는 '떠오르길'을 나는 지난 여름에 우연히 봤었다.
지난 여름, 남편과 김녕으로 데이트를 간 덕분에 걸어봤던 '떠오르길'이었다. 그 때 이 근처가 <김녕 금속 공예 벽화 마을>이라길래 열심히 예술 작품을 찾아 다녔던 기억도 함께 떠올랐다.
오늘 걸을 20코스 올레길은 <김녕 월정 지질 트레일>로도 지정되어 있어 가는 곳마다 설명이 잘 되어 있었다. 안내판이 나오면 열심히 읽기부터 하는 아이들이 참 예뻐 보이던 순간!
이렇게 흐린 날에도 바닷물 색깔이 이 정도라니!
세기알 해변에 도착했다. 제주에서 꼭 가봐야 할 스노클링 성지로 명성이 자자했던 세기알 해변을 겨울에야 오게 되다니... 물 빛깔을 보자마자 여기서 지난 여름에 물놀이를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아, 이렇게 예쁜 세기알 해변에서 스노클링을 못하고 제주 살이를 마무리하게 되다니!"
"왜~ 그렇게 아쉬우면 지금이라도 하면 되지! 입수해!"
나를 놀리는 게 취미인 남편은 당장 물 속에 뛰어 들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약을 올리고 있었다. 여보야말로 한겨울 바닷물에 강제 입수 당해 볼텨? ㅎㅎ
세기알 해변과 이름은 비슷하지만 사람들에게 더 잘 알려진 성세기 해변에 다다랐다. 그 곳은 고운 모래가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비닐로 덮어두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런 과정들 덕분에 내년 여름에도 성세기 해변은 고운 모래로 가득한 에메랄드 빛깔 바다를 선보일 수 있게 될 것이었다. 대신 돌아오는 여름에는 여기 제주에 내가 없을 거라는 거...ㅠㅠ
제주를 떠나는 그 날까지 질리도록 열심히 바다 '멍'을 할 테다!
엄마, 길 중간이 물에 잠겼는데... 어떡하지?
오랜만에 침수된 길을 만나게 되었다. 3코스를 걸을 때 두 번이나 침수된 길을 만나 엄청 멀리 우회해 본 경험이 있는 우리 가족, 차분하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려야 했다.
"애매하게 길이 잠겼네... 파도가 잠시 밀려갈 때 건너면 건널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남편이 견적을 내보고 있었다. 안전을 위해서는 우회하는 게 맞지만, 우회를 했다가는 얼마나 더 걸어야 될지 모를 일이었다. 게다가 길은 파도가 밀려가면 살짝 드러나 있어 건너갈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엄마! 우리 그냥 갈게! 이 정도는 빠르게 뛰면 건너갈 수 있어~"
"나도 그냥 여기로 갈래~ 장화 신었으니까 괜찮아!"
"어? 잠깐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고..."
아이들은 말릴 새도 없이 우다다다- 뛰어서 바닷물이 찰랑거리는 길을 건너 갔다. 이미 길 건너편으로 넘어간 아이들 때문에라도 나와 남편은 무조건 이 길로 가야만 했다.
"엄마! 물 좀 튀는 것 빼고는 괜찮아! 우리가 하나 둘 셋 해줄 테니까 그 때 뛰어~"
"파도 멈췄다! 하나 둘 셋, 지금이야 엄마!"
아이들의 다급한 구령에 맞춰 나도 후다닥 물 위를 내달렸다. 내 뒤로 남편도 겅중겅중 뛰어서 길을 건너 왔는데, 이런! 우리 넷 중 남편만 운동화가 홀딱 젖고 말았다.
"으 차가워! 운동화에 물 다 들어 갔어..."
"나는 방수 트레킹화, 애들은 겨울 부츠 신어서 괜찮았는데... 찝찝해서 우짜냐 여보는!"
남편은 물에 젖은 운동화를 신고 울상을 지은 채로 남은 길을 걸어야 했다.
밭에 일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네... 당근 수확하시나?
제주에서도 '구좌 당근'하면 맛있기로 손에 꼽힌다. 운 좋게도 마침 올레 20코스가 구좌읍을 지나고 있었고, 덕분에 당근밭과 당근 수확하는 모습을 계속 보면서 걸을 수 있었다.
"엄마, 밭에 일하시는 분들이 되게 많으시다!"
"그러네! 여기가 구좌라 당근을 많이 키운다던데 당근 수확하시나 보다~"
인사성이 바른 첫째는 당근밭에서 일하고 계신 어머니들께 큰 목소리로 인사도 건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일하시다 말고 빼꼼 우리를 올려다 보시던 여러 어머니들. 손에는 주황빛 당근을 한아름 들고서 미소로 화답해 주셨다.
"당근 보니까 당근도 먹고 싶고, 배도 좀 고픈데... 우리 언제 점심 먹어?"
아이들 배꼽 시계가 슬슬 점심을 먹자고 부추기는 모양이었다. 아침을 늦게 먹어 점심도 천천히 먹을 예정이었는데 지도를 보니 월정리 해수욕장을 벗어나면 식당이 전혀 없을 것 같았다.
"월정리 해수욕장 근처에 가면 뭐 좀 먹자! 오케이?"
"월정리? 우리가 지난 여름에 서핑한다고 매주 갔던 그 바닷가?"
"응! 우리가 서핑 배웠던 월정리 바다~ 엄마랑 아빠는 해파리한테도 쏘였었잖아!"
"추억의 월정리! 기다려라, 우리가 곧 간다!"
바다 보면서 먹는 컵라면이 역시 짱이야!
월정리에서 뭘 먹을지 고민 중이던 엄마 아빠에게 아이들이 슬며시 다가와 말했다. 1코스 걸을 때처럼 편의점에서 컵라면 먹고 가면 안 되겠냐고...
스무 번째로 걸은 올레길에서 처음 컵라면 특식(?)을 맛본 아이들! 열심히 걷다가 먹는 컵라면 맛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래, 아침도 늦게 먹었고 아직 배가 많이 고픈 것도 아니니까... 오늘은 컵라면 먹자!"
아이들은 원하는 컵라면을 골라 월정리 바다 앞 편의점 벤치에 앉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아빠! 역시 바다 보면서 먹는 컵라면이 제일 맛있는 것 같아!"
"밖에서 먹으니까 좀 춥긴 한데... 라면 국물이 따뜻해서 딱 좋아!"
점심을 먹고 다시 걷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중간 스탬프 지점인 행원 포구에 도착했다. 광해군이 제주로 유배 올 때 들어왔던 포구라 '광해군 기착비'도 세워져 있었다.
"오, 출발할 때 봤던 꼬마들 안녕? 우리는 이제 다 걸었단다!"
출발할 때부터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계속 뵈었던 올레꾼 세 분과 중간 스탬프 지점에서 다시 마주쳤다.
"너무 부러워요ㅠㅠ 저희는 아직 절반 더 걸어야 돼요~"
"하루에 한 코스 다 걷는 게 보통 일이 아닌데, 너희 진짜 대단해!"
"감사합니다~"
"점심은 먹었어? 우리는 이제 점심 먹으러 가려는데... 뭘 먹으면 좋을까?"
"저희 좀전에 편의점에서 컵라면 먹고 왔는데, 진짜 꿀맛이었어요!"
"컵라면 좋네! 추천해줘서 고마워~ 우리도 점심은 컵라면이다! 끝까지 파이팅 하렴~"
"네, 맛있게 드세요!"
아이들은 남은 길을 걷는 내내 '과연 그 올레꾼들이 우리가 추천한 컵라면으로 점심을 드셨을까' 매우 궁금해 했다고 한다.
아빠, 저 당근들은 왜 밭에 버려져 있어?
바당길을 벗어난 뒤부터는 계속 당근밭 사이로 걷게 되었다. 아이들은 흙 위에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는 당근들의 정체가 궁금했는지 아빠에게 질문을 했다.
"상품성 없는 작은 당근은 밭에 버려 두고 크고 예쁜 당근만 수확해 가서 그럴 거야!"
"저게 다 버려진 당근이면 몇 개만 주워 가도 될까?"
"나도 당근 주워 오고 싶은데... 혹시 도둑이라고 생각할까봐 조금 걱정돼!"
제주로 이사오고 얼마 뒤, 아이 친구 엄마께서 동네 무밭을 지날 때 이야기해 주셨던 게 생각났다. 수확이 끝난 밭에 던져 둔 무나 당근은 가져가도 괜찮다고!
"아빠랑 같이 몇 개만 가져 오자! 뽑혀진 무나 당근은 주워 가도 괜찮다고 들었어!"
그렇게 남편의 인솔 하에 아이들은 작고 앙증맞은 당근 몇 개를 밭에서 주워 왔다. 남편은 그 중에 맛있어 보이는 당근 하나를 손으로 쓱쓱 닦아서 나에게 건네 주었다.
남편에게 받아든 꼬마 당근을 한 입 베어 문 순간, 아삭아삭하고 달큰한 당근 맛에 반해 버렸다. 상상을 초월 할 정도로 싱싱하고 맛있는 당근이었다!
"와... 내가 먹어 본 당근 중에서 제일 맛있어! 구좌 당근 맛있는 줄은 알았는데 진짜 이름값 한다!"
작은 고추가 맵다더니, 작은 당근이 정말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비록 다른 친구들보다 못 자랐다는 이유로 밭에 버려진 운명이었으나 우리에게는 그 가치를 인정 받은 꼬마 당근들!
내 인생에 가장 소중한 그 일을 지금 바로 시작한다면
앞서 가던 아이들이 좋은 문장이 쓰인 표지판을 발견하더니 큰 소리로 읽어 주었다. 길 후반이라 조금 지루하다 싶었는데 문장들을 찾아 읽는 재미로 활기를 되찾은 구간이었다.
내 인생에 가장 소중한 그 일을 지금 바로 시작한다면? 이 문장에 대한 나만의 대답이 떠올랐다. 제주 일년 살이, 그리고 올레길 걷기! 그 일을 바로 시작한 덕분에 나는 무척이나 행복하다고^^
선인장 열매다! 백년초 초콜릿에 들어가는 그건가?
"얘들아, 선인장 가시 함부로 만지지..."
"으악!!!!!! 가시 박혔어!!!!!!"
올레길을 23번째로 걷는 오늘, 아이들의 자기 주도성이 굉장히 커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도 침수된 길을 엄마 아빠 허락없이 과감히 건너더니만, 선인장도 냅다 만져버리는 클라스 보소!
"아고... 아빠가 가시 박힐까봐 만지지 말라고 할랬는데! 그걸 그렇게 덥썩 만지냐..."
"좀 따끔하긴 한데 괜찮아! 근데 가시가 바로 손에 박히네? 헤헷-"
"웬만하면 경험해 보고 느끼는 게 낫지만! 딱 봐도 위험해 보이면 조심해야지~"
우리 아이들은 사실 제주에 이사 오기 전만 해도 세상 조심성 많고 웬만하면 아무것도 안 만지려고 하던 도시 아이들이었다. 그런 아이들이 1년 동안 정말 많이 변했다는 걸 실감하는 요즘이다.
아이들은 이제 길을 걷다가 만나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갖고 유심히 살피고 과감히 만져본다. 쏟아지는 비를 온몸으로 맞아도 괜찮고, 바닷물이 신발을 다 젖게 해도 괜찮고, 선인장 가시에 찔려도 다 괜찮다.
도시에서만 쭉 살았더라면 절대 몰랐을 아이들의 새로운 모습이었다. 아이들은 이제 모험심 넘치고 진취적이고 끈기 있고 참을성 많고 도전을 즐기는 아이들로 완전히 변했다.
길은 제주 동쪽 바다에서도 조용하고 예쁘기로 유명한 마을인 한동리와 평대리를 차례로 지났다. 해가 점점 기울고 있는 게 느껴져 발걸음을 재촉하느라 조금씩 지쳐가고 있던 구간이기도 하다.
지난 여름에 스노클링 했던 세화 바닷가다!
5시가 다 되어갈 무렵에야 간신히 세화 해변에 도착했다. 해지기 전에 도착하자며 쉬지 않고 걸은 탓인지 아이들 모두 방전이 되어 버렸다.
"하... 갑자기 다리가 너무 아파... 조금만 앉았다 가면 안돼?"
"근데 세화 바다면 우리가 스노클링 하고 놀았던 곳인데, 어디서 놀았던 거지?"
아이들과 지난 여름날을 회상하며 아련하게 세화 바다를 바라 보았다. 마음 같아선 주구장창 앉아서 쉬고 싶었지만, 도착 스탬프가 있는 해녀 박물관까지는 조금 더 걸어야 했다.
"얘들아, 이제 진짜 조금 남았어! 저기 우리가 가봤던 해녀 박물관 보이지? 저기까지만 가면 끝나니까 힘내!"
흐엥 발바닥이 너무 아파..ㅠㅠ
혼신의 힘을 다해 걸었던 모양인지 둘째가 발바닥 통증을 호소하며 완주 지점 근처 버스 정류장 벤치에 쓰러지듯 누웠다. 스탬프도 대신 찍어 달라며 힘없이 누워있던 둘째...
"완주 기념 사진 찍을 건데, 너무 힘들면 누워 있을래? 엄마랑 언니만 사진 찍을게!"
둘째가 너무 힘들어 보여 배려해서 한 말인데, 내 말을 듣자마자 누워있던 둘째가 벌떡 일어나 아픈 발을 질질 끌고 스탬프 박스 쪽으로 왔다.
"내가 이렇게 힘들게 다 걸었는데... 사진은 찍어야지..."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우리 반 올레길 전문가'라는 칭호까지 받은 둘째! 아무리 힘들어도 꼬마 올레꾼으로서 완주 인증 사진은 꼭 찍으려는 둘째가 귀여워 웃음이 절로 나왔다.
"걷느라 고생 많았어~ 오늘은 당근도 주워서 바로 먹어 보고! 재밌지 않았어?"
"엄마, 그걸 말이라고 해? 당근이지!"
올레길을 끝까지 열심히 걷는 나의 딸들은 참말로 귀하고 아름다운 보물이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