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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봉봉 Jan 25. 2024

라면도 집밥이다

방학에 1일 1라면 당연한 거 아냐?

  삼식이들과 함께 하는 방학, 세끼 집밥에 간식까지 먹는 아이들, 집밥이 물릴 때쯤 '엄마도 밀가루가 당긴다 땡겨~' 아무리 밥이 좋다 하지만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건데 정신력을 위해 밀가루를 승낙해 본다.

아들의 첫 라면♡ 집밥이 지겨운 봉봉이~ 아침저녁은 밥을 먹으니 점심은 으레 라면이나 빵, 밀가루가 땡긴다. 덩달아 자기가 끓여보겠다며 강한 의지를 갖고 준비한다. "다시마 넣었지?" "엄마 다시마 좋아한다고" "넣었지 넣었어~" "건더기 먼저 넣고 끓이는 거 맞지?" "엄마 이렇게 하는 거 맞아?" 보고 또 불안해서 어깨너머로 지켜보게 된다. "그래 잘했어!" "앗 뜨거워~" 오만가지 쇼를 하지만 큰 숨을 들이마시며 참아본다. 그래 해보거랏~ 건더기수프를 넣고 끓이다 면넣고 수프 넣고 나름 열심히 제법 잘 끓인다. "엄마 이거 내가 끓였지! 잘했지?" "그래 잘했어~ 잘했다! 잘 끓였네"

근데 그게 뭐니? 기껏 끓이고 우유에 첨벙 말아 드시는 봉봉씨 "어? 우유에 말을 거면 국물을 담지 말라고, 우유가 아깝다 아까워~" 그러거말거나 자기가 끓였다는 뿌듯함에 후루루 면을 빨아 댕긴다.

'라면이지만 그릇에 담아먹고 집김치 먹고 밥 말아먹으면 집밥 맞는 거지~ 집에서 먹는 밥! 그게 집밥이니까' ㅋㅋㅋ 역시 라면이다. 불안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MSG를 먹으니 혈액 속으로 링거가 쫘~ 쫙 흡입되는 느낌이다. "너무 맛있당~"


그러고 다음날, 아침엔 주먹밥, 자장밥, 유부초밥, 계란밥을 먹었으니 엄마도 귀찮고 뭔가 색다른 게 땡긴다. 그럼 라면이지! "오늘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 라면을 아주 열정적으로 끓여본다. 가마솥에서 푹 익혀낸 슬로푸드인양 정성껏 심의를 기울여서 만들어본다. 파김치까지 꺼내 먹기 좋게 썰어 내놓으면 이건 요리이다. '쭈욱 쭉 들어간다~ 자장엔 무조건 파김치이지.... 자장보다 더 많이 먹는 파김치. 너의 매움의 기준이 어디니? 파김치는 또 겁나게 잘 먹어~' 파김치 리필이 시급하다. "너 며칠 굻었니?" 라면을 그리 잘 먹는다. 어찌나 맛깔나게 파김치랑 먹는지... 야채 듬뿍 먹었으니 그래 됐어~ 충분해!


신랑이 있는 어느 오후, 주부는 파업을 한다. '만사 귀찮아, 근데 막 뭐가 그렇게 먹고잡다.' 쉼에 기분이 좋은 체봉이 아빠는 내가 좋아하는 불닭볶음면을 끓여준다. 아니 저만의 방식으로 전자레인지에 끓여준다. '그래 좋아! 설거지는 내 몫인데 설거지감 하나 줄이면 감사땡큐지...' '근데 맛있다. 꼬들꼬들한 면에 매콤함까지...' 맵질이 봉봉이는 들이대지도 않지만 체리가 한사코 달려와 젓가락을 쑤셔댄다. "엄마 꺼라고~" 근데 꽤 먹는다. 한 그릇을 딸과 경쟁하다 결국 한 그릇 추가주문~ 잘 먹는 모습에 보기 좋은 체봉이아빠가 다시 한 그릇을 대령한다. 또 먹어도 맛있다. 두 그릇을 먹음에도 아쉽지만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방학중 점심은 밀가루로 해결해 보자! 아침저녁 쌀밥 먹으면 되지.... 라면 종류가 또 얼마나 많냐고? 우리 서로서로 윈윈 해보자~ 집밥과 인스턴트의 절묘한 조화로 슬기롭게 이겨내야지... 내 멘털도 소중하니까, 집밥의 원천 할머니도 감사하고 대기업 사장님도 무지하게 감사하다. 무한대로 먹을 수 있게 다양한 종류를 많이 만들어주심에 또 감사하다. 왜냐 아직 방학이 반도 안 지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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