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동생과 한참을 이야기하다
가기 싫은 발걸음을 겨우 되돌려 회사로 돌아와 야근을 마쳤다.
쏟아지는 빗속을 걸으며 우산으로 내 몸보다 왼손에 든 노트북 가방을 더 감싸느라
다 젖어 물이 뚝뚝 떨어지는 축축한 오른쪽 어깨를 바라보는
스스로가 왠지 처량했던 오늘.
누구보다 따뜻하게 느껴졌던 누군가와 한순간에 멀어진
어느 날 밤의 차디찬 기억이
괜히 더 생생히 나를 건드리는 것 같은 그런 날이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도 맞는 것 같지만
그 시간들을 맨몸으로 견디기는 역시 힘들다는 것을 실감한다.
아직은 과정 중에 있나 보다.
그런 나를 잠잠히 위로하는, 누군가의 그 말이 이내 마음의 온도를 조금 올려준 것 같다.
"언니는 은은한 온기를 지닌 사람이에요."
사실 늘 내가 꿈꾸던 나의 모습이라서 더욱 부끄러웠다
내가 감히 이런 말을 들어도 될까.
하지만 고마웠다.
그 온기 있는 말이 방금 전까지도 차갑게 식어있던 내 마음의 온도를 올려주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오늘은 따뜻한 밤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