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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rry Aug 06. 2020

차갑지만 차갑지만도 않은 그런 빗물 같은 하루도 있다고


저녁을 먹고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동생과 한참을 이야기하다

가기 싫은 발걸음을 겨우 되돌려 회사로 돌아와 야근을 마쳤다.


쏟아지는 빗속을 걸으며 우산으로 내 몸보다 왼손에 든 노트북 가방을 더 감싸느라

다 젖어 물이 뚝뚝 떨어지는 축축한 오른쪽 어깨를 바라보는

스스로가 왠지 처량했던 오늘.


누구보다 따뜻하게 느껴졌던 누군가와 한순간에 멀어진

어느 날 밤의 차디찬 기억이

괜히 더 생생히 나를 건드리는 것 같은 그런 날이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도 맞는 것 같지만

그 시간들을 맨몸으로 견디기는 역시 힘들다는 것을 실감한다.

아직은 과정 중에 있나 보다.

 

그런 나를 잠잠히 위로하는, 누군가의 그 말이 이내 마음의 온도를 조금 올려준 것 같다.


"언니는 은은한 온기를 지닌 사람이에요."


사실 늘 내가 꿈꾸던 나의 모습이라서 더욱 부끄러웠다

내가 감히 이런 말을 들어도 될까.


하지만 고마웠다.


그 온기 있는 말이 방금 전까지도 차갑게 식어있던 내 마음의 온도를 올려주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오늘은 따뜻한 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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