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공포증의 뿌리
구들장이 망가진 창고방에서 이틀이고 사흘이고 주인 할머니의 분이 풀릴 때까지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격자무늬가 군데군데 부러진 채 경첩에서 금방이라도 이탈될 창호문을 밖에서 숟가락으로 걸어 잠갔다. 손잡이 밑으로는 어느 해 가을인지 알 수 없는 빛바랜 누름국화꽃잎이 장식으로 덧대어 있었다. 방문에 발라진 한지에 구멍이 숭숭 뚫려서 동지섣달 황소바람이 밤새도록 드나들었다. 그 구멍을 막으려고 새끼줄 꼬던 지푸라기를 말아서 구멍에 끼우면 한지가 쭉~하고 찢어져서 더 큰 구멍이 나곤 했다. 꺼내달라고 문을 두드리며 발버둥 쳤다. 감금이 반복될수록 그렇게 하면 감금 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무슨 일이든 울타리 밖으로 알려지는 것을 싫어했다. 발버둥 치는 것이 심기에 불쏘시개가 된다는 것을 곧 깨달았다. 북향인 창고방은 한낮에도 어둠 컴컴했는데 짧게 사선으로 햇볕이 벽에 드는 시간이 있었다. 볕이 비쳐 들면 빨갛게 부어오른 손을 볕에 쪼이며 주물렀다. 잠깐 그러다 곧 짙은 어둠이 몰려오는 저녁이 되었다. 그렇게 쫄쫄 굶고 똥오줌 싸면서 동사 직전이면 용케도 그때를 알고 문을 열어주었다. 그렇게 굴복시켰다. 그런 주인 할머니에게 어린 은채가 할 수 있는 앙갚음이라는 것은 이것이었다.
'망할 할망구. 망할 할망구. 호랑이나 물어갈 망할 할망구.'
분이 사그라들 때까지 읊조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