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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테 Jul 07. 2024

허기

         <이미지 출처-네이버 포스트 삽자루대>




크게 울지도 못하고 서성였지

작은 발자국 소리에도 놀라 뒷걸음질 치면서

염탐꾼처럼 숨어들어도 필요는 거기에 없었어

그러나 나는 또 갈 수밖에 없는 신세


나를 박대하거나 목숨줄을 노리는 자는

불행을 자초한다는 전설 속 존재는 무색하고

세로 동공 뛰어난 동체시력은

허공의 먼지만 하염없이 바라보는 신세


태초에 내가 지닌 습성이 점차 무너지고 있어

킬리만자로 표범 같은 삶을 그리지만

기껏 아기새 날갯짓에 날쌔게 달리는

방랑자로 전락하고 말았지


내 목숨과도 같은 것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갔어

그들과 함께 내 목숨도 위태해졌어

하릴없이 푸른 여름 그늘로 스며들었지만

그곳에도 내게 필요한 것은 없었지


급기야 나는 탐하지 말아야 할 것을 탐했어

킬리만자로 표범 같은 자존심 따위는 버리고

연하고 어린것들을 덥석 물어버렸어

너무 굶주렸거든 나는 너무 목말랐거든


그것들의 늙은 주인은 나를 몰아내려고

 넘지 못할 높은 울타리를 쳤어

소행임을 늙은 주인이 알아챘거든

그래봤자 붉은 열매 몇 개와 여린 잎뿐





먹이를 찾아 텃밭가를 어슬렁거리는

도도한 들고양이를 본 일이 있는가





들고양이 침입을 막는 가림막


가림막 안의 방울토마토와 상추


빨간 열매는 먹고 초록이는 따서 버려놓는대요


꽃도 안 떨어진 채 자라지 않은 오이와 막 익은 빨간 방울토마토를 자꾸 손댄답니다. 아니, 입 댄답니다.

익지 않은 초록이는 따서 그냥 버려두고 빨강이만 골라먹는다고 해요.

색상 구분이 안되니 맛으로 먹을만한 걸 골라먹는가 봅니다.

가끔 어린 참새가 상추밭에 죽어있기도 하는데

들고양이 먹이가 마땅치 않으니 채소밭을 찾아듭니다.

시골에 늙은 어르신들이 점차 사라지고 빈집만 늘어가니 들고양이 먹이도 줄어듭니다.

가끔 친정 대문간에 들어서면 들고양이가 후다닥 도망가는 걸 봅니다.

먹이를 줘야 옳은 것인지 아닌 것인지...

아버지는 먹이 주면 자꾸 온다고 주지 말라고 하십니다.


들고양이는 주로 설치류와 소형 포유류, 파충류, 조류, 양서류를 먹습니다.

먹이사슬이 파괴되니 먹지 않았던 식물을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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