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_갖다 버리고 싶어도 내 인생

by 꼬드kim

2019.07


“지금의 내 삶은 어디쯤일까?” 하는 막연하고도 정답이 없는 질문을 반복하고 있을 때가 있다.
지금의 삶이 너무 평화롭다 못해 그 평화를 지루하다고 착각하는 것일 수도 있으며, 삶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허공을 보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정말 이기적이고도 사악한 것이지만 사람의 행복은 타인과의 비교에서 가늠되는 것 같다.

그래서 대부분의 행복은 절대적이라기보다는 상대적인 것 같다.

이 책을 평가한다는 것은 참으로 유쾌하지 않을 것 같다. 누가 내 일기를 읽고 평가하는 것이 유쾌하지 않은 것처럼. 단지 책을 봤을 때 떠오르는 연상적인 생각들이 있어서 읽어보고 싶었다. 지금의 내 삶은 어디쯤일까를 반추해 보고 싶기도 했고. 잘 쓰인 책은 그 저자의 감정이 통째로 전염될 수 있다는 위험을 감지하면서도 말이다.

재생불량성과 비슷한 병으로 혼동되는 백혈병.

고등학교 여름방학 3학년. 여름방학 보충 수업을 진행하시던 젊은 영어 선생님은 못 나오셨다. 백혈병인데 수혈을 더 이상 받지 못해서 돌아가셨다고. 친구들끼리 주고받던 이야기라 사인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으나 그날 이후 백혈병은 내게 무서운 병으로 각인되었다. 내게도 빈혈은 늘 있던 터라 더 무서웠을지도 모른다.

어느 날부터인가 동생이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안 것은 협회(?)에서 온 전화를 내가 받았을 때였다. 동생의 많은 헌혈을 감사하며, 감사 의미를 보내고 싶다는 전화였다. 고등학교 이후로 수혈, 헌혈 등 피와 관련된 단어는 무섭다고 느끼며 살았는데, 알고 보니 백혈병에 걸린 친구에게 주기 위해 그런 것이었다고 한다. 동생과 친구들의 헌혈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는 하늘나라로 가버렸다. 그 이후 난 더더욱 피와 관련된 이 병이 무서웠고 할머니마저 혈액암으로 돌아가시자 충격이 또 한 번 몰아치는 것 같았다.

“넌 너무 예민해! 를 많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일정 부분은 맞고 일정 부분은 틀렸다. 사람들이 그런 말들을 많이 하기에 나도 그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객관적으로??? ㅎ

감정은 객관적일 수 없으니.
그들이 예민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불편한 부분을 잘 숨길뿐이다.
내 표현의 미숙함으로 들었었던 문장일지도 모르나 사실 신경이 남들보다 예민하긴 하단다. 의사쌤이 의학적으로 내려준 결론이다. 감정의 예민함이 아닌 물리적인 신경의 예민함.
그 덕분에 난 살면서 많은 것들과 타협하며 살아야 했고, 포기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 나만의 방법을 만들기도 해야 했다. 저자만큼 아픈 적은 없었으나 내가 느끼는 나만의 고통 강도가 책을 읽는 동안 함께 전해져 온다.

저자가 말하는 열여덟과 대학교 4학년이라는 단어의 연관성이 잘 연결되지 않아서 궁금함으로 책과 마주했다.
18살에 마주한 재생불량성 빈혈은 크나큰 충격이었을 것 같다. 그러함에도 저자는 치료에 대한 일기를 꼼꼼하게 썼다. 적혀 있는 감정들이 책으로 출간되는 과정에서 조금은 다듬어졌겠지만 설령 다듬어졌다 하더라도 치료를 감내하는 사람으로서의 꿋꿋함이 느껴졌다. 또한 저자의 재생불량성 빈혈을 극복하는 이야기는 문장 하나하나가 꽤 심각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초월한 듯한 느낌을 주게 만든다. 더불어 저자의 예쁜 그림들은 내가 가지고 있던 백혈병 공포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잠재워 준 듯하다.

나이를 먹다 보니 주변에 아픈 사람들이 생겨난다. 나를 포함하여. 우리의 통증은 우리를 더 예민하게 만들기도 하고 삶을 돌아보게도 하고, 타인에 대한 관점도 바뀌게 하는 것 같다. 때로는 관계를 단절시키기도 한다.
한 친구는 내가 많이 연락하지 못한 서운함을 참지 못하고 내게 서운함을 표현했다. 아픈 사람에게 그 어떤 이야기로도 달래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난 아버지의 투병이야기와 나의 개인적인 일들로 그녀에게 이해를 구하려고 했다. 그러자 그녀는 내게 지독한 말을 했다.
“사람은 누구나 죽어!”
그 죽는다의 주어는 그녀가 아니었다. 물론 그녀도 항암 중이었으니 독한 말이 나올 수 밖에는 없었겠으나, 아버지가 항암으로 힘들어하시는 때이기도 했고 나 역시 여러 가지 일들이 겹쳐서 다른 누군가를 걱정하고 염려했다면 그건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항암 시기 또한 힘들었으리라 생각하며 많이 응원해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아무리 사과를 해도 받아줄 마음이 그녀에게는 없었다. 결국 아빠를 보면서 추운 날씨가 아니어도 추위를 타는 항암환자들의 후유증을 생각하며 그녀에게 겨울 내의를 보내며 내 감정들도 함께 떠나보냈다.


내가 느끼는 통증도 밖으로 표시 나는 적이 없는 통증들이다 보니 단순 예민함으로 치부하고 말았던 사람들. 또한 지인의 통증에 대해 함께 해야 할 때 지켜줘야 하는 일종의 선들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서 읽고 조금은 변화해보길 바래본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 한 병에 대한 판단을 한 명의 지인의 얘기를 통하여 들은 이론으로 동일한 병에 대해 같은 증상으로 바라보고 진단하는 오류도 더 이상 범하지 않기를 바래본다.

이 책은 내게 타인의 병과 그리고 나의 통증에 대해 좀 더 건설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읽은 내내 그녀의 감정들이 다 전달되어서 많이 울기도 했지만.

내 삶은 어디쯤인가에 대한 근래의 고민이 덜어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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