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위한 남편의 식탁 ep. 05>
'아내의 맛'이라고 하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제목에 '맛'이 들어가지만 요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그런 프로그램이다.
장모는 두 사위에게 수제비를 대접한다.
상다리가 휘어질 반찬? 그런 건 없다.
그저 식탁 위에 소담하게 담긴 맑은 국물 수제비가 세 그릇 놓여있을 뿐이다.
참 투박하고 별 거 없는 음식인 것 같은데, 그게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수제비를 먹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나 어릴 적엔 엄마가 종종 해주었던 것 같은데,
성인이 되어 나가서 밥을 사 먹는 일이 많아진 후로는 한 번도 수제비를 사 먹어본 적이 없다.
"오빠, 우리도 수제비 해먹을까??"
"크~ 수제비 좋지~ 빨간 국물에 칼칼하게 해 가지고!!"
"응?? 아닌데.. 수제비는 맑은 국물이지."
집마다 레시피는 다르다.
시어머니는 빨간 국물의 수제비를 해오셨고,
우리 엄마는 맑은 국물의 수제비를 해왔다.
뭐.. 이는 어쩌면..
우리 엄마는 요리를 잘 못하기에..(엄마 미안..)
맑은 국물을 택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수제비는 어딘가 '엄마의 영역'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레시피를 추억하게 하는 음식.
남편이 만든 수제비는
나의 요구대로 맑은 국물이었다.
맑은 국물에 매운 고추가 서걱서걱 잘려 들어가 있어 끝 맛이 아주 칼칼하다.
난 어디서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남편이 해주는 밥은 다 맛있어. 정말 다!!"
왜냐면 남편이 내 입맛에 맞게 해 주니까......
아참! 수제비를 먹고 난 다음날,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봤는데...
영화 초반에 김태리가 수제비를 만들어 먹는 장면이 나왔다.
빨간 국물이었다...
남편의 레시피
밀가루와 전분(전분은 밀가루 양의 1/3 정도)과 계란을 하나 넣어서 물을 섞어 반죽을 한다
반죽은 냉장고에 두 시간가량 넣어 숙성을 시키면 좋다(그러나 우리는 성격이 급해서 한 시간 만에 꺼냈다)
육수를 낼만한 재료가 마땅치 않으므로, 급한 대로 멸치 다시다를 사용한다
감자, 호박, 양파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넣는다(감자와 호박 먼저! 양파는 나중에)
숙성된 반죽을 뜯어내어 퐁당퐁당 국물에 빠뜨린다
아내가 매운 걸 좋아하니까 매운 고추도 잊지 않는다
tip: 반죽이 힘들면 시중에 파는 만두피로 대체할 수 있다(파나마에선 불가능한 이야기.. 또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