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아무거나 넣고 간만 맞으면 맛있는 게 볶음밥이다.
학교에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던 학창 시절, 내가 제일 좋아했던 도시락은 볶음밥이었다.
색은 희끄무레한 것이 별로 들은 것이 없어 보이는 그런 볶음밥이었다.
보온도시락도 아닌, 타파통(엄마는 그 용기를 타파통이라고 불렀다) 안에서 차갑게 식은 볶음밥.
차갑게 식어도 무척 맛있다.
뒤적여보니 볶음밥에 들어간 재료는 고작 감자, 양파 그리고 잘게 썰린 김밥용 햄이었다.
케첩과 비벼 먹으면 요즘 말로 그야말로 존맛탱의 신세계였다.
나는 그렇게 볶음밥의 장르에 빠져들었다.
고등학생 때였던가..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친구 어머니가 김치볶음밥을 해주셨다.
스팸이 들어간 김치볶음밥이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어차피 요리도 못하는 주제에 아주머니에게 비법을 물었다.
그 집 레시피의 비법은 김치볶음밥에 '케첩'을 넣는 것이라고 했다.
맛있는 음식들을 많이 사 먹을 수 있는 구매력이 생긴 20대엔, 어느 메뉴를 먹든 볶음밥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고기를 구워 먹어도 마무리는 볶음밥, 빨간 양념의 볶음류의 마무리도 당연히 볶음밥.
심지어 메뉴판에 볶음밥이 없으면, 공깃밥과 참기름을 요구해 밑반찬을 쏟아붓고 내가 직접 볶음밥을 창조하는 크리에이터(??)가 되기도 했다.
그중 내가 최고로 치는 볶음밥은...
기름이 좔좔 흐르는 소곱창을 먹은 후, 그 기름에 볶은 그것이다.
밥알 한 알 한 알, 알알이 곱창 기름에 코팅이 되면.. 그 맛은 너무 황홀해서 내가 어제 산 제품이 오늘부터 반값 할인을 한다고 해도 자비로운 마음으로 친구에게 할인 소식을 알려줄 수 있을 것만 같다.
"무슨 볶음밥이야?"
"그냥 마늘 볶음밥."
남편이 만든 '마늘 볶음밥'은 볶음밥이라는 장르에서 처음 접해보는 것이었다.
밥공기에 한 번 꾸욱 눌러 담겼다가 뒤집어엎어 넓은 접시에 옮겨 담아진 볶음밥은 '마늘볶음밥'이라는 아이덴티티를 당당하게 밝히기라고 하겠다는 듯이 정상엔 의기양양하게 편마늘 두 쪽이 올라가 있다.
감자, 양파, 햄을 넣어 만든 엄마의 볶음밥보다도 어딘가 더 단출한 느낌을 풍겼다.
그렇지만 맛은 단출하지 않았다.
재료라고는 꼴랑 마늘 하나 들어간 주제에 풍미가 대단했다.
남편은 볶음밥과 함께 곁들일 반찬으로 삼겹살을 넣은 김치볶음을 만들었다.
삼겹살과 김치의 비율도 반반 정도인데,
이 음식의 정체를 '삼겹살 김치볶음'으로 하자니 어쩐지 결국 그래 봤자 '김치볶음'일뿐인 느낌이라 평가절하하는 것 같아 내키지 않는다.
국물이 전혀 없으니 두루치기가 되기는 조금 무리겠지?
김치제육볶음 정도는 가능할까?
다른 채소가 들어가지 않아 제육볶음으로 분류하기에도 애매한 구석이 있다.
아... 찜찜하지만, 이 음식의 맛은 결국 삼겹살이 잔뜩 들어간 김치볶음이었다.
남편의 레시피
마늘볶음밥
식용유에 편마늘과 다진마늘을 함께 볶아 마늘기름을 만든다
간장과 소금을 조금씩 넣어 간을 한다
가스불을 끈다(안끄면 마늘이 탄다)
밥을 넣어 섞는다
다시 가스불을 켜고 버터와 계란을 넣어 볶음밥을 마무리한다
삼겹살 김치볶음
삼겹살을 굽는다
고기가 반쯤 익으면 김치를 넣어 함께 볶는다
설탕, 고춧가루, 간장으로 간을 한다
양파를 넣어 한번더 볶는다
한식에서 깨소금 마무리는 고정값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