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이 한 달 남았다. 본식 웨딩드레스를 고르기 위하여 아침 일찍부터 서울로 향했다. 향하는 차 안에서 온갖 걱정이 휘몰아쳤다. 이제 임신 15주 차, 점점 배가 나오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양쪽 골반 끝까지 자궁이 넓어진 부분이 느껴졌고, 이제는 힘을 주어도 배가 도톰하게 나와있었다. 나에게 맞는 웨딩드레스가 있을까, 친척들에게 임신한 거 이야기 안 했는데 과연 배가 가려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드레스샵에 도착했고, 플래너님과 인사를 나눴다. 웨딩촬영 후 4개월 만에 만난 플래너님에게 알고 봤더니 내가 임신을 했더라, 주차를 계산해 보니 웨딩 촬영날에도 임신한 상태였더라, 어쩐지 그날 얼굴에 열감이 높아 메이크업이 뜨더라 하며 이야기를 나눴고 이전에 픽해두었던 드레스 두 벌과 샵에서 추천해 준 두 벌을 입어보기로 했다.
드레스를 피팅하면서 샵 직원분들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임신을 하면 확실히 허리선부터 도톰해지는 것 같다며, 이게 아무래도 앞으로 나올 배를 지탱하기 위해서 허리힘부터 키우는 것 같단 이야기에 그나마 볼만했던 내 허리선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서 드디어 깨닫게 되었다. 피팅 내내 샵 직원분들께서는 매우 섬세하셨다. 혹여나 허리가 조여 숨이 답답하진 않은지, 어지럽진 않은지, 또 틈틈이 물을 마실 것을 권해주셔서 편안한 마음으로 드레스 피팅을 마쳤고, 최종 드레스를 골랐다. 나에게 어울리는 지와, 피팅감이 갑갑하지 않은지, 그리고 밝고 꽃장식이 많은 웨딩홀 분위기를 고려하여 하얀 실크 오프숄더 드레스로 나와 남자친구, 그리고 플래너님 만장일치로 깔끔하게 선택했다.
15주 차에 들어오며 배가 불러오는 것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넉넉한 옷으로 잘 숨기고 다녔으나 이제 숨길 수 없다는 부분이 아쉬웠다. 임신을 하고 나면 이제 그 전의 몸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나의 예쁜 시절, 여자로서의 매력은 이제 사그라드는 것인가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 컸다. 자다가도 이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눈물이 나서 남자친구 몰래 울기도 여러 번이었다. 그래, 나는 임신을 했고, 몸매는 점차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그러나 자연의 이치를 너무 무서워하지 말아야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틈틈이 운동을 하며 예전만큼이나 건강하고 아름다운 나로 돌아오도록 노력해야지. 이젠 예쁜 아가씨는 못되더라도 예쁜 아줌마는 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