것참, 생각지도 않게 감동스럽게.
책상용으로 들였던 이천원짜리 작은 고무나무가,
꺾꽂이 배워서 다듬자며 생각만 하던 사이 허리까지 자랐다.
키가 커지니 이사 때마다 짐이라,
최근 이사 때 결국 배움 없이 세동강을 내고 마침 있던 과자통에 꽂아두었다.
시들어 죽으면 버려야지. 라는 게 은밀한 속마음.
어차피 못된 마음인데, 생생한 아이를 못 버리는 것은 무슨 털난 양심인지.
한참이나 새 잎이 돋지 않고, 이파리 끝이 조금 마르고,
죽어가고 있는 건지, 살아나고 있는 건지, 시간이 멈춘 듯 한동안 숨죽이고 있더니
넉달 만에 못생긴 노란 연두색 이파리가 났다.
아마 뿌리가 미약해 영양이 부족해서겠지. 돋아난 잎이 쪼글쪼글한 신생아처럼 보였다.
'쉽지 않았지만, 새 땅에 정착 완료.'라는 신호 같아서 나도 괜히 힘내고 싶어졌다.
다른 건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자연은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로 늘 뜻밖의 감동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