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onna Apr 14. 2017

#17. 함부로 애틋하게

아놔 엄마 쫌 제발.

오랜만에 들린 엄마집 냉장고에 계란이 있길래

나 사는 동네서는 계란값이 아직도 안 떨어져서 세일 기다려-하고 얘기를 했어.

그냥. 사는 얘기.

근데 나오는 길에 엄마가 날계란 10개를 싸주시는 거야.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한 시간도 넘게 가야하는데,

아 그걸 어떻게 들고 가- 계란을 모시고 가? 불편해 무거워 힘들어

그냥 몇 천원 더주고 집앞에서 사먹는 게 더 편하다고-

왈칵 짜증을 내도 막무가내로 가방에 넣어주셔서 들고는 왔는데,

오면서도 중얼중얼 짜증을 흘리면서 왔는데,


잘 도착했는다는 전화에,

그거 1주일 전에 샀으면 안줬을 건데 어제 산 거라고,

그거 있으면 내일 출근준비도 바쁠텐데 당장 장보러 안가도 되겠지?하고

피곤할텐데 얼른 자라고 서둘러 끊는 당신.


왜 엄마는 늘 그렇게

내가 굳이 필요 없다는데도 당신이 줄 수 있는 건 마음대로 막 퍼주고,

나는 골만 잔뜩 내고는 결국 나중에 보면 당신이 주는 건 또 죄 받아 먹고

괜히 짠하고 미안하고 뭉클하고 그러게

왜 막 함부로 애틋하고 그래요?

 




작가의 이전글 #16. 튀지 않게 개성있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