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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na Apr 30. 2017

#21. 곧이곧대로 대답하지 마

사실은 그냥 곤란하게 하고 싶은 것 뿐이야.

생짜 신입으로 첫 출근하던 날, 환영 회식이 있었다.

회식은 그날 낮에 처음 통성명한 선배 열댓명의 이름 맞추기 게임으로 시작했다.

맞추면 선배가, 못 맞추면 내가 한 잔씩 마시는 게임이었는데

낮에 혹시 실수할까봐 틈틈이 조직도를 외워둔 덕분에 모두 맞출 수 있었다.


다음 날이 되서야 나는 그게 그저 신입에게 술 먹이기 위한 게임이었다는 걸 알았고

나는 출근 첫날 선배 전원에게 술을 먹인, 눈썰미는 있는데 눈치는 없는 신입이 되었다.


내가 선배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는지,

혹은 엄마와 아빠 중에 누굴 더 좋아하는지,

혹은 결혼은 언제하고, 아이는 언제 가질 건지,

정말 그 답이 궁금한 것도 아니면서 툭 던저지는 질문들에 답해주기 위해 애쓰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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