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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na May 06. 2017

#22. 내가 뭐라고 그걸 정하니.

하자니 송구하고, 안해도 문제다.

무작정 감행한 꺾꽂이 이후 광합성을 위한 가지 하나만 초라하게 남았던 밑동 옆구리에

잔가지들이 속속 움터 흐뭇해 하던 것도 잠시,

우후죽순으로 사방에서 솟아나기 시작해 오히려 가지를 쳐내야하는 시기가 왔다.


마르고 질긴 나무 껍질을 제 힘으로 뚫고 나온 연둣빛 새싹을 보니

내가 뭐라고 누구를 남기고 누구를 떼어낼 지 정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허나 어줍잖은 연민으로 내버려두었다간 양분이 부족해 모두 약해질텐데.


고무나무를 아무리 예뻐한들 그가 원하는 방향은 알 수 없으니

다만 나의 최선을 선택하겠지.

비쭉나온 뽀얀 잔가지를 꺾어내고 있자니 문득,

엄마가 미대 말고 디대는 어떠니 했을 때 이런 맘이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튼튼하고 예쁘게 오래오래 자라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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