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미묘한 농담을 웃어 넘기고, 눈치 빠르게 회의실 세팅하고 주제 넘지 않게 빠질 때 빠지고, 넘어오는 회식 술잔은 빼지 않고 웃음을 유지하는 게 '사회생활할 줄 아는' 쿨한 여자라고 생각했었지. 나름대로는 그 '쿨한 여자의 사회생활' 꽤 열심히 했다고.
그래서 때때로 드는 피로감이나 묘한 불편감은 사회적응력이 부족한 나를 탓하며 무시했는데, 오히려 불편하다고 적응하기 포기하는 자들을 속으로 몰래 비난했는데, 그게 '불편해도 되는 일'이라고 듣고 나니까, 내 노력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고 내가 부적응자로 낙인 찍힐 문제가 아니라고 내가 모두를 불편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고 듣고 나니까. 나를 향한 비난도, 누군가를 향한 힐난도 멈추고 조금 더 편안해질 수 있었어.
격퇴해야 할 적군을 퇴출시키는 게 아니라 내일도 얼굴을 마주할, 결국 함께 걸어갈 동료집단 안에 잘 속해있는 것인 목표인 나는, 그래서 여전히 차별만큼 분란도 불편한 나는, 폭발하는 불꽃 대신 조금 덜 쿨하게 웃는 얼굴로 꽃을 휘두르며 '평범한 직장인의 사회생활'을 살아내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