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onna Sep 08. 2019

#79. 쿨하지 못해 미안해

불편과 분란의 사이에서.

상대의 미묘한 농담을 웃어 넘기고,
눈치 빠르게 회의실 세팅하고 주제 넘지 않게 빠질 때 빠지고,
넘어오는 회식 술잔은 빼지 않고 웃음을 유지하는 게
'사회생활할 줄 아는' 쿨한 여자라고 생각했었지.
나름대로는 그 '쿨한 여자의 사회생활' 꽤 열심히 했다고.

그래서 때때로 드는 피로감이나 묘한 불편감은
사회적응력이 부족한 나를 탓하며 무시했는데,
오히려 불편하다고 적응하기 포기하는 자들을 속으로 몰래 비난했는데,
그게 '불편해도 되는 일'이라고 듣고 나니까,
내 노력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고
내가 부적응자로 낙인 찍힐 문제가 아니라고
내가 모두를 불편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고 듣고 나니까.
나를 향한 비난도, 누군가를 향한 힐난도 멈추고
조금 더 편안해질 수 있었어.

격퇴해야 할 적군을 퇴출시키는 게 아니라
내일도 얼굴을 마주할, 결국 함께 걸어갈 동료집단 안에 잘 속해있는 것인 목표인 나는,
그래서 여전히 차별만큼 분란도 불편한 나는,
폭발하는 불꽃 대신
조금 덜 쿨하게 웃는 얼굴로 꽃을 휘두르며
'평범한 직장인의 사회생활'을 살아내고 있지만.

그래도 이제 미안함 없이 말할 수 있다면.
아, 전 그런 쿨한 여자는 아니어서요.하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