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들어주려면 상대의 말을 (동의 여부와는 별개로) 존중하며 들어야하고, 상대의 말을 존중하는 마음은 내 말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에서 생긴다. 만약 상대가 내 말을 존중하지 않거나 상대의 말이 존중할만한 가치가 없다고 느껴진다면, 그 관계는 대화할 필요가 없거나 대화할 준비가 안된 것이다.
그러니까 ‘머릿 속에 흰소리만 가득한 저 반동분자를 오늘 내 논리의 철퇴로 바로잡아주겠다’는 시도는 열에 아홉은 실패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굴복은 시켜도 납득은 시킬 수 없을테니까. 당신은 나름대로 상대의 말을 들어 조목조목 따졌겠지만, 상대입장에서 당신은 말의 껍데기로 꼬투리만 잡았을 뿐 중요한 내용은 하나도 듣지 않은 셈이니까.
나이가 들수록 쌉소리를 참는 게 점점 싫어지고 그만큼 존중하며 듣는 자세는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그걸 해내는 어른들을 보면 진짜 멋있다. 멋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멋있어지자,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