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케이크
빅토리아 케이크를 설명하려 하니 막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할 말이 많다. 구슬의 마음이 단번에 풍선처럼 커진다. ‘얘는 이래서 좋고 이런 면이 멋있고 이럴 때 심장이 두근대고 이런 면도 갖고 있다’라며 아주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폭포처럼 내 마음을 끊임없이 꺼내 보이게 된다.
스펀지케이크는 시럽을 흠뻑 맞았다. 맑은 날, 갑작스레 내린 여우비를 맞은 모습. 하얀색 롱스커트를 입은 듯 생크림이 삐져나온 뒷모습에 마냥 웃음이 난다. 스펀지케이크 속 감춰진 딸기잼. 설레는 감정이 뭉친 것처럼 누구나 다 아는, 쉽고 가볍지만 그래서 더 사랑스러운 맛이다.
보통 빅토리아케이크를 만들 땐 딸기잼이나 라즈베리잼을 넣곤 하는데 개인적으로 전자를 넣는 게 더 맛있다. 라즈베리잼은 내게 너무 강렬하다.
단골 카페 B의 빅토리아케이크는 여느 다른 빅토리아케이크보단 식감이 가볍다. 보통 스펀지케이크는 파운드케이크처럼 묵직한 식감인데 B 카페의 스펀지케이크는 제누와즈에 가깝다. 무겁지도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은 쉬운 맛.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를 가장 본연의 나답게 표현하는 것처럼. 나 역시 친구나 가족, 소중한 사람에게 B 카페의 빅토리아케이크를 소개할 땐 문장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케이크가 부드러워
진짜 맛있어!
음 시트가 가벼워
그냥 맛있어!
포크질 몇 번에 후다닥 해치우고 싶은 마음을 숨기고 책을 읽어보려 해도 눈앞에 놓인 케이크에 자꾸만 시선이 가니, 빅토리아케이크를 먹을 때면 독서에 진전이 없다.
어떤 맛은 지나온 풍경 같다. 현재를 살아가는 내게 잠시 쉴 틈을 준다. 좋아했던 음악을 들으며 좋아하는 케이크를 먹는다. 그날의 목소리가 생각날 땐 힘 있게 웃어본다. 무거운 스트레스엔 가벼운 놀이가 필요하듯 먹먹한 감정은 단순한 감정으로 가볍게, 포근히 안아줘야 한다. 앞으로도 지금보다 빅토리아케이크를 더 많이, 다정히, 가볍게 먹을 수 있기를. 더 가볍고 단순하게 많이 사랑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