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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버더레스 Aug 15. 2022

튀르키에의 이별

튀르키예의 모든 음식의 처음은 "렌틸콩 수프"로 시작한다.

수프는 콩을 갈아 고소한 맛도 있지만 약간의 요거트를 섞어 시큼한 맛도 함께 풍긴다.

처음 이곳에 와서 너무나 어색한 그 맛에 두 숟가락쯤 수저를 뜨고 결국 세 번째 숟가락애꿎은 공갈빵을  푹~ 하고 찔러내는 데 사용했다.


'뭐 .. 이런 걸 먹지?"라는 생각을 하며 첫 번째 식사를 마무리했다.


10일째, 출국날인 오늘 아침부터는 렌틸콩 수프가 이렇게 맛있었나?라고 혼자 생각하며 마지막 한 숟가락까지 싹, 싹 긁어먹어버렸다.


"맛있네!"라는 생각을 하며 마지막 식사를 마무리했다.


달라진 건 없었고 시간 동안 내가 적응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홀로 스스로 적응해나갔다.


언제부터 인간이 이렇게 적응에 빠른 동물이었던 건지 생각하다. 앞으로 새롭게 적응해야 할 순간들도 "렌틸콩 수프"와 같겠거니 하며 바쁘게 사는 시간들이 다 해결해줄 거라며 생전 먹지 않던 홍차를 한입 들이켰다. (이곳은 커피보다 홍차를 더 많이 먹는다. 아니.. 물보다?)

이제는 이곳을 떠나며 그리울 거라 말한다.

너무나 강했던 처음의 시작이 이제는 당연하리만큼

익숙함으로 남았다.


마음 한켠숨겨진 동굴 속에 켜켜이 자리한 순간의 기억들을 떠나보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할 때

이곳은 나에게 떠나라고 말했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처럼 오늘 나는

이곳과 이제 이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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