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곳에 와서 너무나 어색한 그 맛에 두 숟가락쯤 수저를 뜨고 결국 세 번째 숟가락질은 애꿎은 공갈빵을 푹~ 하고 찔러내는 데 사용했다.
'뭐 .. 이런 걸 먹지?"라는 생각을 하며 첫 번째 식사를 마무리했다.
10일째, 출국날인 오늘 아침부터는 렌틸콩 수프가 이렇게 맛있었나?라고 혼자 생각하며 마지막 한 숟가락까지 싹, 싹 긁어먹어버렸다.
"맛있네!"라는 생각을 하며 마지막 식사를 마무리했다.
달라진 건 없었고 시간 동안 내가 적응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홀로 스스로 적응해나갔다.
언제부터 인간이 이렇게 적응에 빠른 동물이었던 건지 생각하다. 앞으로 새롭게 적응해야 할 순간들도 "렌틸콩 수프"와 같겠거니 하며 바쁘게 사는 시간들이 다 해결해줄 거라며 생전 먹지 않던 홍차를 한입 들이켰다. (이곳은 커피보다 홍차를 더 많이 먹는다. 아니.. 물보다?)
이제는 이곳을 떠나며 그리울 거라 말한다.
너무나 강했던 처음의 시작이 이제는 당연하리만큼
익숙함으로 남았다.
마음 한켠숨겨진 동굴 속에 켜켜이 자리한 순간의 기억들을 떠나보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