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네버더레스 Jun 30. 2024

은행을 퇴사하고 느끼는 것들 세 번째

새로운 이름표를 달며...

은행을 퇴사하고 느끼는 것들 세 번째,

전 다른 사람의 눈을 신경 쓰는 사람입니다. 

회사에 다닐 때는 돌이켜보면 "최환희"가 아니라 "은행원 최환희"로 불렸던 것 같습니다.

은행원이 참 웃긴 게, 다른 직군보다 "신뢰"있다는 말을 업종 특성상 많이 듣게 되는데요.

이게 약간의 보증수표 같았던 거죠. 직업마다 다 그런 게 있지 않게습니까?

그런데 이걸 거의 10여 년간 달고 있다가 명찰을 때 버렸을 때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물론 속으로는 여전히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냥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돼버린 느낌이었죠.


"다른 사람의 눈"을 신경 쓰며 살고 있다는 사실도 이때 알았습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보는지가 왜 중요하냐겠지만 생각보다 중요할 때가 많더군요.

착각하며 살았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눈은 신경 쓰지 마!"라고 말할 수가 없던 겁니다.

솔직하게 말해볼까요?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더라고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도 다른 사람을 신경 쓰며 삽니다.

이것도 보편적으로 전부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온전하게 사회생활을 오랫동안 영위하던 사람에게 갑작스러운 사회의 이름표가 없어진 것은 매우 큰 공허함으로 온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제 새로운 이름표도 붙이기도 하지만 제 모습에 맞는 이름표를 찾는 데는 아직 시작이 더 필요합니다.

작가라는 이름표도 아직은 어색하고요.

나만의 매력을 만들지 않으면 절대 누구도 날 찾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죠.

'이름표'가 없으면 연인을 만나기도 생각보단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느꼈고요. 

생각보다 현실적으로는 맞는 말일 수도 있어서 그러려니 했습니다.


이름표를 여럿 바꿀 수 있는 게 불편하진 않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강사이기도 하고요. 누군가에게는 대표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작가이기도 하죠.

꼭 뚜렷한 글씨가 떡하니 있어야만 행복한 삶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싫어서 은행을 나오기도 했고요.


이제는 어떤 글씨를 써 내려갈지, 어떤 이름표를 가슴에 달지 기대됩니다.

물론 이에 반대급부로 잃는 것도 있겠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잡을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해서 말이죠.


은행을 퇴사하고 느끼는 것들을 쓸 때면 

오랫동안 묵혀왔던 것들을 뻣뻣한 솔로 벗겨내는 느낌이 듭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벗겨 내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바람이 불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