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을 대략 인생의 시간으로 친다면 9시 정도가 된다고 하더군요
"9시면 이제 점심 먹고 움직일 때잖아?" 그럼 망설일 필요가 없지!
하고 퇴사했습니다.
여러 이유들도 함께 있었지만 망설일 것 없다는 확신이 있었죠.
30대 중반에 퇴사한 것은 그렇게 낯선 일은 아니지만
은행을 다니던 사람이 퇴사한 것은 굉장히 낯선 일이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언제나 '좋은 직장을 왜 그만뒀냐?'라는 걱정의 이야기가 가득했습니다.
제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어떤 사람인지는 사라진채 그냥 은행에 다니던 사람이었죠.
그래서 더 짜증 올라온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30대 중반, 은행을 퇴사한 것은 자유를 찾아 날아오른 새 한 마리와 같았습니다.
인생은 원래 불안정한 것이라는 생각에 그냥 그 불안정한 것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넘실거리는 파도 같은 불안감이 치밀어 오를 때도 있지만
영원한 안정감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죠.
버는 돈은 반의 반으로 줄었지만 그럭저럭 살만합니다.
마시고 싶은 아메리카노를 원하는 시간에 마실 수 있고
어디서든 마실 수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생각보다 행복한 인생이죠.
매일 죽어라고 일하는 날도 있지만 여유롭게 책을 보면서 글을 쓸 때도 있습니다.
반나절은 아침에 운동을 하고 오후에만 근처 카페에서 일하는 날도 있죠.
금융교육 강의를 하고 있는데 좋은 조건에 강의가 들어오면
"아 운수가 좋다! 일이 잘 풀리네!"라고 감사하며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마십니다.
가끔 누군가가 무슨 일을 하냐고 물어보면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소개하죠.
은행에 다닙니다! 같이 명확한 답은 줄 수 없지만 이것 또한 나쁘지 않습니다.
요즘은 이름도 안 물어보고 예명으로 대화하고 생활하기도 하니까요.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완전한 자유는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빚도 있고 매달 내야 할 이자와 각 종 고지서들을 생각하면 편히 누워있을 수도 없죠.
상사도 없고 누군가 일을 시키지도 않습니다.
내 의지로 일어나 의지로 기획하고 의지로 실천합니다.
30대 중반, 퇴사한 사업가는 인생을 다시 차분하게 쌓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30대 후반, 아직 10시쯤 됐을까요?
오전이 넘어도 오후가 지나도 어떻습니까?
결국, 내 인생을 살아가는 거라면 시간은 중요한 사실이 아니라는 걸 몸소 느끼며
작은 시간에 감사해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