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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달 Apr 29. 2022

기역부터 히읗까지: ㅋ

카시오페이아

1.

  "저기 저거 아니야? 딱 국자처럼 생겼는데." 남자는 여자의 손끝을 따라가다가, 이내 국자 모양을 발견하곤 머리부터 손잡이까지 하나씩 세어본다. 하나, 둘 … 일곱. 제대로 찾았다.


"맞네, 저거다. 북두칠성." 남자는 이렇게 별이 잘 보이는 곳이 처음이라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슬로건이 산소카페인 청송에서도 이만큼 쏟아지는ㅡ나는 이날 '쏟아진다'라는 별에 대한 표현을 비로소 이해했다ㅡ별은 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또 다른 거 없나?" 누군가 던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함께 고개를 치켜들곤 뚫어지게 노려본다. 이윽고 남자의 눈에 들어온 W. 아, 이번엔 내가 맞출 차례지. "저기 저 더블유, 저거 카시오페이아 맞나?" 이번엔 커다란 손끝에 있는, 장평을 꽤 무리해서 늘린듯한 기다란 알파벳을 눈에 담는다. "오, 맞네. 저건 진짜 잘 보인다."


이후로도 꽤 오랜 시간 '별자리스러운 것'을 찾아본다. 그 사이에 드문드문 기억나는, 아니 사실 지금도 생생한 수 마디 이야기도 나눈다. 하지만 눈이 아파서인지, 혹은 모양을 분명히 아는 별자리가 없는 것인지 큰 수확이 없다. 이윽고 눈을 이리저리 깜빡이다 바지를 털며 일어난다. 그날의 기억, 아니 추억 되새김질 끝.



그 도시 그 장소는 여전히 별이 잘 보일까?


2.

  걱정은 잊고 하늘이나 보던 그날의 추억을 회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우습게도 시리던 엉덩이다. 시멘트가 어찌나 살벌하게도 차갑던지. 다만 가장 마지막에 남는 감상은 처음에 찾은 북두칠성도, 그 과정에서 설명했던 조리개와 암순응의 원리도 아니다. 내가 찾은, 아니 정확하게는 찾았다고 생각했던 밤하늘 위의 더블유다. 아마 그건 카시오페이아가 아니라 내가 억지로 이은 애먼 별 5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내가 본 W는 매우 높은 확률로 카시오페이아 자리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늘어진 W는 굉장히 찾기 쉬운 목표 중 하나다. 모양부터 복잡하지 않거니와, 주위에 밝은 별이 많지 않아 눈에 확 들어오는 편이다. 또, 한국에선 사계절 내내 관측할 수 있는 별자리다. 북두칠성의 반대편에서 북극성을 사이에 두고 가장 찾기 쉬운 별자리로 쌍벽을 이루는, 이 '친절한 별자리'를 다른 것과 헷갈리기가 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그로부터 시간이 꽤 지난 요즘 밤하늘에선 카시오페이아 자리를 아무리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어서다. 그날의 모든 컨디션에서 단 하나라도 위배된 환경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엔 주변이 아무리 어둡더라도, 그리고 아무리 한밤을 꼬박 새워가며 바라보아도 단 하나의 별조차 떠 있지가 않다. 혹은, 그날 이후 하늘을 제대로 올려다볼 계기가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눈이 작아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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