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3화. 파도 소리의 명상: 몽돌 해변에서 찾은 삶의 찬가 -
제23화. 파도 소리의 명상: 몽돌 해변에서 찾은 삶의 찬가
[장면: 동해 삼척의 어느 한적한 해변, 차박용 차량 뒤에 앉아 파도 소리를 들으며 별을 헤아리는 밤]
지난여름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가며 '좌르르' 파도 소리를 냅니다. 동해의 차가운 밤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오고, 머리 위로는 쏟아질 듯한 별들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습니다. 아내와 함께 차박을 하며 맞이하는 이 밤, 나는 이 거대한 자연의 오케스트라 앞에서 내 삶을 향한 찬가를 부릅니다. 파도에 수만 번 부딪히며 둥글어진 저 몽돌처럼, 내 삶도 수많은 풍파 속에서 비로소 둥글고 매끄러운 '즐거움'의 모양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귀인의 필적》은 상처와 회복의 기록입니다.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부모님의 아픔, 집안의 몰락, 그리고 사업가로서 겪어야 했던 배신과 좌절들. 하지만 저 파도에 씻기는 몽돌처럼, 그 고통의 기억들은 시간이 흐르며 인생의 깊은 맛을 더해주는 '성찰'로 변했습니다. 고난이 없었다면 나는 결코 지금의 이 평온한 즐거움을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모든 아픈 날조차도 나를 완성하기 위한 필연적인 '축제의 예행연습'이었음을 이제는 압니다.
'인생의 하루하루가 참으로 즐거웠다.' 이 고백은 결코 허언이 아닙니다. 실패했을 때는 다시 일어설 희망이 있어 즐거웠고, 성공했을 때는 나눌 수 있는 기쁨이 있어 즐거웠습니다. 심지어 아무것도 가진 것 없던 청년 시절에도,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청춘의 특권이 있었기에 즐거웠습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감사'로 바뀌는 순간, 지옥 같던 일터도 배움의 장이 되고, 스쳐 가는 인연도 귀인이 됩니다.
모닥불의 불꽃이 밤하늘로 흩어집니다. 내 인생의 조각들도 저 불꽃처럼 뜨겁게 타올랐고, 이제는 은은한 숯불처럼 주변을 따스하게 데워주고 있습니다. 나는 60대의 나이에 비로소 '방랑의 완성'을 봅니다. 하동의 소년이 꿈꿨던 세상보다 훨씬 넓고 아름다운 세상을 나는 이미 충분히 누렸습니다.
별 하나에 감사를, 파도 소리 하나에 기쁨을 실어 보냅니다. 지난밤, 삼척의 바닷가는 나에게 속삭입니다. 너의 삶은 충분히 아름다웠고, 앞으로의 날들은 더욱 빛날 것이라고.
'고통마저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인생은 비로소 단 하루도 빠짐없이 즐거워진다.'
'커피 한 잔의 철학' 연재 에세이는 다음 주 월요일에 이어집니다.
모닝브루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