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준호 Mar 05. 2023

두 얼굴을 가진 산책길

어둠에서 빛으로 나가는 삶

왕복 6마일의 인디언 크릭 산책길은 나의 매일의 삶에 선한 존재다. 빠르게 걷는 동안 흠뻑 흐르는 땀이 마음과 육체의 불순물을 찾아 끌고 함께 나간다. 땀의 희생으로 몸도 마음도 맑고 가벼워진 난 처한 속상한 일, 이해되지 않는 일, 걱정스러운 일, 부끄러운 일, 해야 할 일들, 그리고 감정과 생각들의 뿌리를 본다. 여유로워진 마음에 대부분의 해야 할 일들의 방향과 우선순위가 정리가 된다. 여기에 떠 오르는 창의력과 지혜를 적용하며 쉬워지는 삶을 즐긴다.   


이렇게 선하던 산책 길이 악역을 한다. 검은 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비를 쏟아부을 듯한 날 평소와 다르게 늦은 시간 걷기 시작을 했다. 40분을 서둘러 걷고 반환점을 돌아서는데 지나치는 한 분이 한마디 말을 던진다. 으스스한 표정을 지으며....  "산책 중 카이오리를 보았어요."  나도 가끔 볼 때가 있는 터라 “그랬냐”라고 흘려 대답을 하곤 남은 3마일을 걷는다.


10분 정도나 지났을까? 예상치 못한 어둠이 인디언 크릭을 빠르게 덮는다. 구름 덮인 숲 속의 하루가 이렇게 짧아지다니..... 누리던 여유는 사라지고 머리가 쭈뼛쭈뼛 선다. 그리고 잔인한 일들이 널브러진 세상이라는 생각과 함께 의심과 두려움이 나를 사로잡는다.


산책 길 옆 숲에서 카이오리가 튀어나올 듯, 주위의 나무들 사이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듯하다. “귀신은 무슨 귀신”하며 살던 나를 비웃으며 귀신이 실재하는 듯하고. 난 뛰기 시작하였다. 아뿔싸! 귀신들과 카이오리들이 희롱하는 듯한 웃음을 웃으며 어둠 속에서 나를 따라 뛰는 듯하다.  선하게 나를 대하던 산책길을 어둠이 악하게 만들어 버렸다.   


숨을 헐떡 거리며 땀으로 목욕 한 몰골로 집에 돌아온 나에게 한 할머니의 고백이 떠 오르며 가슴을 아리게 한다. 건강하게 해 달라고'아침저녁 기도를 하는데 몸은 점점 더 아파진다며 실망하시는. 믿음 없는 나를 하나님이 사랑하지 않아 응답해주시지 않는 모양이라며 자책하신다.


삶을 선하게 인도하던 신앙이 어둠 속에서 오히려 악역을 한다. 빛 안에 있으면, 늙으면 자연스럽게 아파지는 것을 받아 드리고 스스로 믿음 없다 자책하지는 않을 텐데, 기도를 하고서 오히려 응답 없음의 실망으로 하나님으로 외면당하는 외로움에 떨게 하면서.   


어둠은 다양한 아픔의 원인이 된다.  의심하고 두렵게 하고, 죄를 부추기고, 감정에 휘둘리게 하면서. 잘 못 이해한 교리와 율법과, 교만과, 돈과, 남의 눈과, 무속적인 신앙의 어둠이 되어 어리석은 삶으로, 친밀한 사이를 이간시켜 다투고 미워하는 원수로 만들고, 시대의 변화를 보지 못하게 해 멍청한 짓을 하게 하고, 진리를 볼 수 없도록 해 스스로는 복음의 파수꾼이라 여기며 사단의 하수인이 되기도 한다.


“빛을 발하라”라고 강요하는 표어는 많지만 빛에 거 하는 이는 얼마나 될는지.... 오히려 표어가 위선 되게 하고, 어둠에서 열심을 내게 하는 데 사용되어 교회를 미운털 되게는 않는지 되돌아본다.


나와 하나님만이 아는 내 말과 행동의 근원과, 행복과 가치 있는 삶을 위해 주신 매뉴얼, 시대가 변하고 있는 모습, 인간의 실체를 보게 하는 빛으로 나가는 일이 신앙의 우선임이 새롭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 모두가 선과 악을 함께 가지고 있어 혼돈스러운 세상에서.... 빛으로 나가 실체를 보고 대화하며 빛 안에서 사는 진정한 친구 만들며, 주어진 상황을 바르게 보며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해야 할 것은 지혜를 구하며 나이 듦에서 오는 주름과 백발을 지혜의 상징으로 아름답게 만들 행복의 꿈을 품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눈 속에서 잉태된 사랑과 신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