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와 글

글 쓰기

누덕누덕 짜깁어 만들어낸 내 글들에 대하여

by Magic Finger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지만 보배를 만들어내려면 우선 구슬이 서 말 정도는 있어야 한다. 우리 몸도 먹어야 배설을 하고 두뇌도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있는 법. 무슨 일이든지 시작을 하려면 밑천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밑천도 없는 내가 억지로 글을 토해내려니 여간 고역이 아니다. 지금껏 살면서 서술형 시험을 볼 때나 과제물을 쓸 때, 원고를 쓸 때, 글을 써야 하는 경험을 숱하게 겪으며 살아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생각을 짜내느라 고민이다. 워낙에 밖으로 쏟아낼 밑천이 없는지라 어느 정도 분량이 되도록 글을 쓰려면 있는 생각, 없는 생각 쥐어짜서 분량을 맞추기 일쑤다.


밑천을 마련하려고 머릿속에 온갖 지식을 다 쑤셔 넣고, TV를 볼 때나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도 써먹을 만하다 싶은 글들은 반드시 기록해두고, 책을 읽고 나면 생각을 쥐어짜내어 기록해둔다. 그럼에도 머릿속에 밑 빠진 독이라도 들었는지 밑천들은 좀체가 쌓일 줄을 모른다. 그러던 내가 얼마 전 책을 읽다가 위안이 되는 글귀를 발견했다.




손볼수록 시는 길이가 줄어들고, 손볼수록 산문은 부피가 는다. 산문 손보기는 화분에 물을 주다가 아, 문주란이, 아, 이 제라늄이, 그동안 이렇게 컸나, 놀라는 느낌이 비슷하다.


- 황동규의 <삶의 향기 한 점> ‘책머리’에서 -




이 글귀를 읽으니 내 글쓰기가 슬며시 안심이 됐다. 한 문장에서 짜내고 짜내어 한 쪽을 채워가는 내 글 쓰기가 그렇게 누추하지만은 않다는 안도감이다. 두꺼비 한 마리를 구해서 내 머릿속 밑 빠진 독을 좀 막을 수 없을까 고민했는데, 앞으로는 독에 밑이 빠졌든 말든 부지런히 물을 채워야겠다는 다짐도 새로 해본다. 누덕누덕 기워야 완성되는 내 글이 초라하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애틋함도 담아둔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