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학교에서 IQ 테스트를 한 적이 있다. 그 어린 마음에 결과지를 받아들고 뿌듯했던 경험이 생생하다. 그래, 나는 IQ 131이 나왔다. (지금 다시 해보면 그 정도는 안 나올 것 같다. ㅋㅋㅋ)
뭐, (사주를 배웠으니) 사주적으로 보자면 60개의 일주 중에서 머리 좋기로 유명한 3대 일주 중 하나인 물(지혜)의 기운 계해라서 그런가- 아님 엄마도 IQ가 높았다고 했는데, 닮아서 그런가- 여하튼 꽤 높은 편이었다. 덕분에 공부를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었을 거다.
나는 어릴 때부터 '꾸준히' 무언가를 하곤 했다. 90년대 중반, 나는 지금의 여느 아이들처럼 사교육을 맛보고 있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다니던 피아노 학원을 오랫동안 다녔다. 학원에서는 매일마다 동그라미 10개를 그리고는 한 곡을 칠 때마다 체크를 하며 지워나가곤 했다. 그렇게 동그라미 10개, 20개...
아무도 보지 않는 혼자만의 피아노 연습실 방 안에서 잔머리를 쓸 수도 있었다만 나는 정직하게 체르니와 하농을 끊임없이 치곤 했다. 하나씩 채워나가는 것이 뿌듯했다. 그렇게 쌓은 실력으로 예쁜 드레스를 입고 웅장한 대회에 나가 92점 반짝반짝한 장려상 트로피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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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인가, 일별 학습지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눈높이 수학 교육, 매일 일정한 양을 공부해야 하는 윤선생 영어 교육, 빨간펜 학습지까지 내 일상은 학습지로 가득차 있었다. 그리고 난 분명 그 시간들을 즐기고 있었다. 새로운 지식들을 배워가는 것이 좋았고, 하나씩 맞아가는 동그라미가 기뻤다. (아이들 학습지는 지금 봐도 수준에 맞춰 꽤 잘 만든 편이라 놀랄 때가 많다.)
빨간펜 학습지에서 나오는과학 실험 도구를 만지작 거렸고, 독서평설 잡지를 읽으며 책 읽기를 깊게 탐닉했다. 특히 만화로 배우는 학습 만화는 재밌어서몇 번이고 여러번 읽었다. 잘생긴 주인공들이 나오는 만화는 더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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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공부만 한 것은 아니다. 나는 체력이 좋았다. 여리여리한 몸에 어디서 체력이 나오는지 놀랍다. 아이 때의 나는 놀이터에서 꺄르륵 자유롭게 놀고, 태권도장도 다녔다. 또래 남자 아이들과도 겨루어서 악착같이 점수를 얻곤 했고, 때리는 타격감이 너무 좋아서 오래 하고 싶었을 정도로 나는 오랜 시간 빠져 있었다.
튀어나가는 순발력이 좋아서 달리기를 잘 했다. 매해마다 반의 계주 4번 주자(가장 빠른 사람)를 맡아 압도적으로 달려나가곤 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단 한번도 진 적이 없었고, 고등학교 까지 내 체력장 성적은 모두 1등급이었다. 학교 대표로 달리기 대회도 나갔으니 말 다했다. 체력이 좋게 태어난 것은 운이지만, 매번 체육 수행평가를 앞두고는 밤 늦게 끊임없이 연습하곤 했으니 운과 실력이 함께 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