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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x Jan 21. 2022

닭살멘트 페스티벌

차를 운전하면서 라디오를 자주 듣는 편인데, 사연이 채택되면 치킨 한 마리를 준다는 이벤트를 했다.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서 여러 번 상품 혹은 회식비까지 타본 터라 문자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그날의 이벤트는 '최고의 닭살 멘트'였다. 아, 이런 건 약한데... 사연 보내기를 포기하고 어느 수준의 닭살 멘트가 나올지 기대하며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다.

노래가 끝나자 DJ가 박장대소하며 '여러 분들 이런 분들이셨어요?" 하며 웃음을 끊지 못한다. 그가 읽어준 첫 번째 사연.

"혹시 길을 알려줄 수 있나요? 당신의 마음으로 가는 길."

DJ가 알렉스여서 더 느끼하게 느껴졌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분야에 문외한 인 나로서는 정말 느끼 느끼한 멘트가 아닐 수 없었다. 그 후, 이어지는 사연.

"이젠 울지 마, 나의 아기새."

일기장에 조차 담기 어려운 문장.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가 나온 아들에게 들려주니 아들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해서 와이프에게 한 번 써보기로 했다.

"오늘은 뭘 먹을까, 나의 아기새."

알 수 없는 표정의 와이프.

"좋구나? 당신도 이런 멘트 좋아하는구나?"라는 나의 말에 화답하는 와이프.

"이게 좋아하는 걸로 보여? 아직도 나를 모르는구만."


어느 날, 와이프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한테 당신은 로또야. 하나도 맞는 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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