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습일지 #광기 어린 눈빛

일주일 만에 만난 동기들

by 시크팍

2주 차에는 사내교육도 준비되어 있었다. 각 라인별 1진 선배들이 돌아가며 회사에서 수습들을 모아두고 라인에 대한 특징이나 사건팀 생활 등에 대해 교육을 해주었다. 2주 차에는 혜북라인의 홍 선배가 교육을 진행했다. 오후에 교육이 진행되었는데 첫 보고 이후 50분 뒤에는 회사로 출발해야 했었다.


선배는 마와리를 돌거나 기획 아이템을 준비해서 다음 보고를 올리라고 지시했다. 마와리가 돌기 싫어 기획 아이템을 준비했다. 구청 민원 내용들을 보며 소음규제에 대한 기획을 준비했다. 여러 소음 민원 현황, 관련 법규, 전문가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 보고했다. 선배는 그래서 이 아이템의 야마가 무엇인지, 그림은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담겨있지 않다며 질문하고 지적했다. 이제는 미리 알려주지 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마와리 2주 차였다.


보고 이후 회사로 이동했다. 충무로역에서 동기들과 만났다. 일주일 만에 본 동기들은 한 달 이상은 지난 것 마냥 달라져 있었다. 대부분 일주일새 피부가 까맣게 탔고 다들 수척해져 있었다. 나도 마와리 첫 주가 끝나고 몸무게 4kg이 줄어 있었다.


국제부 장 기자만 조금 다른 모습이었는데 눈에 광기가 서려있었다. 장 기자가 마와리를 돌며 겪은 이야기를 들어보면 왜 이런 눈빛을 보이는지 짐작이 되었다. 유난히 힘든 일도 겪은 것 같았지만 이 친구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장 기자는 새로 부임한 팀장에게 광기 어린 장난도 치곤 했다. 장 기자는 이미 타사에서 보도한 기사내용을 마치 본인이 곧 기사를 쓸 것처럼 이야기했고, 팀장은 언론예상보고를 써서 과장실로 뛰어갔다고 한다. 보통의 배포로는 할 수 없는 장난이 아닐까 싶다.


입사 당시 나 다음으로 나이가 많았던 경제부 이 기자는 충무로역에서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 손을 흔들어 줬는데 아무 말 없이 와서 안겼다. 일주일 새 다들 무슨 일을 겪었는지 굳이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회의실에 옹기종기 모여 홍 선배의 교육을 듣기 시작했다. 라인에 대한 설명도 해주었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수습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일 중에 하나가 cctv를 따러 다니는 것인데, usb와 sd카드 리더기를 가지고 다니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해 주었다. 이 날 이후로 두 가지를 항상 챙겨 다녔는데 실제 cctv를 확보하러 다닐 때 유용하게 쓰였다. 홍 선배는 이 외에도 마와리를 돌며, 실제 사건팀에서 취재를 하며 도움이 될 팁을 전수해 줬다.


교육을 마치고 일부 동기들은 같이 모여서 밥을 먹자고 했고, 일부 동기는 선배 지시를 받고 바로 라인으로 돌아갔다. 영등포라인은 라인 복귀 전에 저녁을 먼저 먹으라고 했다. 하지만 타소 확인도 해야 했기 때문에 동기들과 함께 밥을 먹을 수는 없었다. 사실 시간보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충무로역 인근 편의점에서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보고 준비를 했다.


6시 40분에 보고를 했는데 선배는 라인에 복귀한 뒤 마와리를 돌고 8시에 보고를 하라고 했다. 가장 가까운 구로역까지만 해도 40분 넘게 걸렸기 때문에 이동하며 점점 마음이 초조해졌다. 결국 지구대 한 곳만 마와리를 돌고 보고를 해야 했다. 보고를 받은 선배는 역시나 지적했다.


“라인 복귀했다고 해도 보고가 너무 부실하네.”


그리고 10시에는 퀄리티를 올려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저녁이라 당직 근무자를 제외하고 대부분 퇴근했을 것이기 때문에 본서는 가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경로상 많은 지파를 가기 어려웠다. 선배의 지시대로 퀄리티를 올리 위해서는 본서에서 승부를 봐야 했다. 그렇게 구로서 당직 부서들의 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이 날 다시 한번 형사과에 대한 적개심이 생겨났다. 형사 당직팀에 찾아가 인사를 했지만 경찰들은 별다른 말도 없이 쫓아내고 철창문을 걸어 잠갔다. 화가 나서 철창에 매달려서 흔들며 난동 아닌 난동도 피웠지만 경찰들은 눈길도 주지 않았다. 보고시간은 다가오고 있었기에 결국 철창 앞 바닥에 명함만 내려놓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빠르게 선회한 덕에 다른 사무실들 문을 두들겨 3명의 경찰과 이야기를 나눈 뒤 지구대 한 곳도 들를 수 있었다. 두 시간 동안 정신없이 돌아다닌 덕에 보고 이후 선배도 특별히 혼내지는 않았다.


퇴근하는 길에 장 기자의 눈빛이 떠올랐다. 그처럼 광기 어린 눈빛으로 바뀌어야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일까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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