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습일지 #첫 정보보고

출퇴근길에 보던 버스 이야기

by 시크팍

마와리 2주 차는 오후조 근무를 했다. 1시에 첫 보고였기 때문에 주말에 하루만 쉬었지만 1.5일을 쉬다가 출근하는 기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퇴근시간이 늦어도 아침잠이 많아 오후조 근무를 선호했었다.


2주 차 마와리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다행히도 여러 경찰들이 연락처도 알려주고 대화도 잘 나눠 주었다. 특별히 선배에게 혼날 일이 생기지도 않았다. 그리고 정말 별거 아니었지만 첫 정보 보고도 올릴 수 있었다.


정보보고는 기자들의 특이한 문화 중 하나이다. 당장 기사화되기는 어려운 사건, 기관이나 타사 내부 동향 등을 인지하게 되면 기사와 유사하게 헤드라인까지 뽑아 정보보고를 만들어 올리게 된다. 기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썰, 카더라, 찌라시 등과 같은 느낌이었다.


회사마다 다를 수 있지만 수습기자들은 마와리를 돌며 정보보고를 가져오라는 압박을 받는다. 첫 주말근무를 같이 했던 홍 선배가 있던 라인에서는 매일 정보보고를 만들어 올려야 했다. 취재원과 식사나 술자리가 있을 때도 반드시 정보보고를 올려야 했다.


첫 정보보고는 국회 앞에 세워져 있는 시위 버스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연세의료원을 다닐 때 항상 스쿠터를 타고 서강대교를 건너 다녔다. 퇴근길 국회 앞에서 신호대기를 하고 있으면 항상 보이는 이 버스에서는 한 대기업을 규탄하는 내용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당시에는 그저 시끄럽다고 느꼈지만 기자가 되고 보니 어떤 사연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마침 영등포서 마와리를 돌았기 때문에 이 버스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어떤 사연을 가진 사람이 농성 중인 것인지, 농성을 하면서도 지금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이면의 이야기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유의미한 정보는 아니었지만 기사로 쓸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 정보보고로 내용을 정리해 보고했다.


선배는 비교적 상세한 피드백을 해주었다. 어떤 내용들이 정보보고가 될 수 있는지,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부분을 더 파악해야 하는지, 정보보고는 어떤 양식으로 작성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주었다. 정보보고를 올리라고 지시하기 전에 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지만 1주일 만에 그런 기대는 접어두게 되었다.


출퇴근하며 보던 버스에서 정보보고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며 기자가 다양한 일을 다루는 만큼 다양한 경험이 기자 일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느꼈다. 실제로 다양한 취재를 하며 이전 직장에서의 경험, 부업으로 했던 배달 경험 등이 취재에서 크고 작은 도움이 되었다.


특정 언론사에서는 나이가 어린 신입만 뽑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오히려 다양한 경험을 가진 신입을 뽑는다면 경험을 바탕으로 기자 개인과 회사의 취재력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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