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
동화 속 주인공 아기 토끼는 아빠가 자기 마음을 얼마나 아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아빠 토끼에게 “아빠, 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라고 묻는다. 아기 토끼는 두 팔을 쫘악 벌려 “이만큼요”이라고 하면서 자기 마음을 표현한다. 그림 속 아기 토끼와 아빠 토끼의 사랑 표현은 재미나면서도 사랑스럽다. 그리고 부럽다.
‘아기 토끼와 아빠 토끼처럼 아빠, 아니 아버지와 나 사이에 이런 류의 정서가 있었나?’라는 생각을 하며 아버지를 떠올려본다. 어릴 적 아버지는 언제나 말이 없었고 자녀들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했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아버지가 자녀들을 싫어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둑어둑 해 질 무렵이 되면 가족들을 먹이기 위해 한 손에 고구마나 고등어를 사 들고 들어오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생선 조기를 먹을 때는 살보다는 조기 대가리가 훨씬 더 맛있다고 하시면서 조기 대가리만 먹던 모습도 생생하다. 어린 나는 아버지의 말에 솔깃해서 조기의 눈알을 먹던 기억도 생생하다. 입안에서 움직이던 조기 눈알의 촉감과 찝찔함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조기 대가리가 생선살보다 더 맛있을 리가 없다. 그런데 어린 나는 정말 아버지가 생선 대가리를 더 좋아하는 줄로 알았으니... 어른이 되어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마도 자식에게 생선살을 더 먹이고 싶은 아버지만의 사랑 방식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동화 속 아기 토끼와 아빠 토끼처럼 말로 직접적으로 표현하진 못했어도 그 시절 아버지만의 과묵한 자식 사랑법이었다는 것을 나이 들어 알게 되었다.
아마도 아버지, 아니 아빠도 아빠 토끼처럼 멋지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가야, 아빠는 달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길만큼 널 사랑한단다.”라고.
그땐 그걸 몰랐다...
* <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 (샘 맥브래트니 글/아니타 제람 그림, 베틀북출판사,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