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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재 Aug 23. 2024

입속의 말

< 신앙 일기 1 >

컵에 물이 반쯤 채워져 있는 그림을 볼 때 나는 거의 대부분 “물이 반 밖에 안 남았네 ㅜㅜㅜ.”라고 말한다.

그러나 남편은 “와아~ 물이 아직 반 컵이나 남았네!”라고 하는 사람이다.

남편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늘 이렇게 긍정적으로 말한다. 그냥 긍정적이라기보다는 어쩌면 초긍정에 더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결혼 초, 나로서는 도저히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일도 가능하다고 힘을 줘서 말하는 남편을 보면서 낯설고 좀 이상하게까지 보일 정도였다.


20여 년 전, 어느 낯선 곳에 갔다가 차를 댈 곳이 마땅히 없어 난감할 때였다.




근처에는 아파트뿐 다른 주차장이 별도로 없었기 때문에 주차할 곳을 찾아 마을을 빙빙 돌았다.

“어쩌지…”

나의 반응에 남편은 핸들을 돌려 아파트 쪽으로 향한다.

“하는 수 없지!”

“어쩌려고?”

“아파트 안에 댈 수밖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어?”

“아니.”

“근데 어떻게 대?”

“댈 수 있어!”

“무슨 소리야!”

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무작정 아파트 안으로 들어간다.

당연히 경비실에서 경비원 아저씨가 나와 어디를 가느냐고 묻는다.

남편은 아무런 동요도 없이 태연하게 아주 친절하게 꾸벅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경비원 아저씨도 남편의 태연한 인사에 얼떨결에,

“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아휴, 더운데 수고가 많으시네요! 더우시죠?”

남편은 이보다 더 친절할 수 없을 정도로,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최상의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한다.

경비원 아저씨도 느닷없는 친절함에 기가 눌렸는지 환하게 웃으며 대답을 한다.

“네, 좀 더우네요.”

경비원 아저씨와 친절한 눈빛을 교환한 남편은 이때다 싶었는지 얼른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며 묻는다.

“저... 지인 집에 잠깐 들렀다 나갈 건데, 괜찮겠죠!”

아니 물어본다기보다는 ‘우리 아까 인사 나누었죠. 우리 친하죠. 그러니 제 부탁 좀 받아 주세요.’라고 하며 강요 아닌 강요를 하고 있는 듯하다.

경비원 아저씨는 잠시 눈을 끔벅거리더니 이내 손으로 주차 자리를 가리키며, “저기 대세요!”라고 하는 것이다. 정말 놀랄 노자다.

아파트 주차장을 빠져나오며

“여보, 당신 정말 대단한 것 같아!”

“뭐, 이걸 가지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사람이 하는 일인데 안 되는 게 어딨어! 뭐든 기도하며 하는 거야! 아니면 말고 ㅋ”




남편과 살면서 이런 류의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신호 초에는 남편이 정말 이상하게 느껴졌다.

허풍쟁이 같기도 하고 뜬구름을 잡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건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한 두 해 지나면서 남편의 말 대로 되는 것을 보면서 긍정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몸소 깨닫게 되었다.

차츰차츰 나도 남편에게 물들어 점점 “남편화”가 되어 갔다.


초긍정의 남편과 살다 보니 긍정적인 사고, 긍정의 말이 엄청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순간도 노력 중이다. 긍정적인 사고의 사람, 긍정적인 말을 아주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기도하고 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히 하지 못할 일이 없느니라 하시니 (마가복음 9장 23절)


무릇 더러운 말은 너희 입밖에도 내지 말고 오직 덕을 세우는데 소용되는 대로 선한 말을 하여 듣는 자들에게 은혜를 끼치게 하라

(에베소서 4장 29절)


여호와여 내 입 앞에 파수꾼을 세우시고 내 입술의 문을 지키소서 (시편 141편 3절)


https://youtu.be/V40F7zWwv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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