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가 사는 법
부부는 아주 사소한 일로 다툰다.
우리 부부만 봐도 알 수가 있다. 다툴 때는 곧 세상이 망할 것만 같고, 곧 죽을 것만 같다 가도 시간이 지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정말 아주 사소한,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은 유치한 일로 다투는 경우가 아주 많다. 예를 들면, <치약을 어디서부터 짜야하는가?>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침대 정리를 곧바로 해야 하는가, 아니면 그대로 둬도 되는가?>와 같은 경우이다.
한동안 우리 부부는 화장실의 휴지를 어떻게 거느냐에 대해 서로 눈치싸움을 했다.
나는 화장실의 휴지를 걸 때,
휴지의 풀리는 부분이 앞으로 오도록 건다.
그런데 남편은 나와는 반대로
휴지의 풀리는 부분이 뒤로 가도록 건다.
내가 휴지를 걸 때는 아무 문제가 없다.
왜냐하면 내 방식대로 휴지를 걸기 때문에 ㅋ.
남편은 아내인 내가 내 방식대로 휴지를 건 것에 대해 절대 건드리지는 않는다. 모르는 건지 아니면 다시 본인 방식대로 거는 것이 귀찮아여서인지(나중에 물어보니 남편도 알고 있었는데 그냥 넘어간 것뿐이라고 ㅋ), 어쨌거나 내 방식대로 건 것에 손을 대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런데 문제는 휴지를 다 써서 다시 새것으로 걸어야 할 때이다. 남편에게 부탁이라도 하는 날에는 남편은 여지없이 나와는 반대로 휴지의 풀리는 부분을 뒤로해서 건다. 그것이 내 예민하고 못된 신경 세포에 거슬린다. 그래서 그것을 보는 순간 휴지를 꺼내 다시 내 방식대로 건다. 그러면 온몸의 세포들이 느슨해지며 편안함을 느낀다.
어느 날, 나는 남편에게 조용히 부탁을 했다.
“여보, 나는 휴지가 풀리는 부분을 뒤로하면 왠지 벽 같은 데에 있던 먼지들이 휴지에 묻을 것 같아 찝찝해. 그러니 화장실 휴지는 풀리는 부분이 앞으로 오게 해 줘!”
“어, 그래! 알았어!”하며 남편은 흔쾌히 내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남편의 방식이 궁금해졌다.
“당신은 왜 휴지가 풀리는 부분을 뒤로하는 거야?”
그러자 남편은 “그 부분이 앞으로 나와 있으면 자리를 차지하는 것 같아 좀 답답해. 근데 당신 편한 대로 해. 난 아무렇게 해도 괜찮아.”하는 것이다.
나도 “고마워.”라고 했지만, 화장실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남편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가 있었다. 또 찬찬히 휴지걸이에 걸린 휴지를 보니 휴지가 벽에 닿아 있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휴지에 먼지가 붙을 리가 없다는 안도감과 함께 남편에게 살짝 쿵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게 뭐라고... 참, 나도 웃긴다 ㅜㅜㅜ.
내일은 남편이 원하는 대로 휴지를 걸어야겠다! 고 다짐했다.
다음 날, 나는 화장실에서 내 방식대로 걸린 휴지를 꺼내 남편의 방식대로 휴지를 다시 걸었다.
그런데 화장실에서 나오려는 순간 갑자기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착한 남편이 아내를 위하는 마음에 다시 아내 방식 대로 다시 걸 수도 있는데...’
‘그럼 난 또 남편 방식 대로 휴지를 다시 걸 테고...’
‘그럼, 이런 일을 계속...?’
‘아니, 그럼... 동화 속 <의좋은 형제>가 되는 거야. 볏짚을 수없이 옮기고 옮기고 또 옮기고…’
‘끝도 나지 않는 선행을 계속…’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아… 아니야… 그건 싫어…’
변기 뚜껑에 앉아 한참을 생각해 보았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 가장 깔끔하게 완벽하게 끝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오랜 고민 끝에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 이 상황에서는 내가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게 제일 좋아.
나만 생각하는, 내 생각만 고집하는, 그런 좀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이는 거야.
다행히도 남편은 나보다 착해서 내 방식 대로 해도 괜찮다고 할 것 같고 ㅎ.
그래, 그래야 <의좋은 형제>가 안 될 수 있어!
그래 좀 미안하긴 하지만 이게 제일 깔끔하고 완벽해 ㅎ.
아직도 우리 집 화장실의 휴지는 아내인 내 방식대로 걸려 있다.
평화롭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