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한강에서 열린 소규모 10km 달리기를 마치고 간 미용실. 원장님은 내 러닝화를 보고 본인도 러너라며 한참 달리기에 관해 얘기를 했다. 그러다가 동마 얘기가 나왔다. 동마를 신청했냐는 그녀의 질문에 나는 동마가 뭐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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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유명한 마라톤 대회라는 동마 = 동아 마라톤. 지금은 이름이 바뀌어 서울 마라톤. 그렇다면 나도 한번 뛰어봐야지 하고 신청했다. 나는 10km. 대회를 기다리며 유튜브에 러너들이 D-100일, D-77일, 이런 식으로 대회를 준비하는 영상이 종종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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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의 스케줄로 LSD 훈련부터 템포런, 인터벌 등 훈련하는 영상을 보며 동기부여가 됐다. 얼굴도 모르던 분들이었지만 동마라는 한가지 목표를 향해 집중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응원하게 되었고, 나도 그 대회에 참가한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물론 그렇게 영상을 준비하는 분들은 풀코스를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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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당일. 올림픽 공원에 도착했고, 그렇게 많은 사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도로에 꽉 찬 참가자들. 풀 코스는 광화문 출발, 10km 출발은 올림픽 공원. 박보검도 참가한다는 아나운서의 노티스. 박보검이건 뭐건 나는 나의 달리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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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차로 지나다니는 길을 뛰는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도로 통제 때문에 항의하는 이들이 종종 보였다. 나 역시 그랬다. 동마를 할 때 도로 통제 때문에, 집에 돌아올 수 없었다. 그때의 짜증이 생각 나면서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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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역을 돌 때 군장을 메고 뛰는 이의 모습이 보였다. 20kg~30kg? 얼마나 힘들까? 그냥 뛰는 것도 힘든데. 그분의 가방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에 잠시 취해 있다가 마지막 1km 전력 질주. 후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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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 메달을 받고 바나나와 빵, 음료수가 들어 있는 봉지를 받고 나왔다. 집이 근처였기에 가는 길에 다 먹었다.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10km 달리기에 이런 호사는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고마웠다. 이럴 때가 아니라면 언제 이렇게 서울 도로를 달려 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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