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이 인상되면 행복할까?
지금으로부터 18년 전. 수능시험을 보고 동네에 있는 롯데리아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때 내가 받은 시급은 시간당 1,865원(2001년 최저시급)이었다.
하루에 6시간씩 20일 정도 일을 하고 받은 돈은 20만 원 남짓이었다.
적다고 생각하면 적을 수 있고 크다고 생각하면 클 수 있는 금액인데 내가 땀 흘려 번 돈이어서 나에게는 소중한 돈이었다. 내가 처음으로 일을 해서 번 돈. 흰 봉투 앞면에 내가 일을 한 시간과 금액, 그리고 내 이름이 정성스럽게 적혀 있었다. 매니저님께 그 월급봉투를 받았을 때의 뿌듯함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당시 불고기버거 세트는 3,500원이었다. 18년이 지난 지금 불고기버거 세트는 5,800원이다. 그때 최저시급은 1,865원이었고 지금은 8,350원이다. 불고기버거 세트 가격은 1.65배 올랐으나 최저시급은 4.47배 오른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팽팽하게 의견이 갈린다. 어떤 이는 오히려 지금까지의 최저임금이 너무 적은 편이었다고 얘기하고 어떤 이는 과하다고 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최저임금이 오르는 것은 정상이다. 당연히 올라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물가와 경제상황에 연동되어야 무리가 없을 것이다. 급격한 변화는 사회에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최저임금이 올랐기 때문에 저소득 계층의 소득 수준이 한층 향상될 것이라 한다. 과연 그럴까? 예를 들어보자. 대형마트에 가면 각 제조업체에서 파견한 사원들이 근무를 한다. 물건을 진열하고 판촉을 하는데 어머니 나이 또래의 중장년 층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2018년 대비 2019년 최저임금이 10.9% 상승하면 다함께 급여가 오를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파견하는 회사에서는 한정된 판촉예산을 집행한다. 2018년 예산이 월 3억이고 2019년 예산 역시 동일하게 3억이라면 최저임금 인상 분만큼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인상 분만큼 예산을 늘리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는 회사가 얼마나 될까. 안 그래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동일한 비용으로 판매를 더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판촉비를 최저임금 인상 비율 이상으로 감축하고 온라인 마케팅이나 프로모션으로 비용을 전환할 확률이 높아진다. 인력 효율화 명분과 강력한 넛지효과.
결국 위생 파트에서 근무하던 분이 2018년 10명이었다면 2019년에는 7명 내외, 현실적으로는 5명보다 적을 가능성이 높다. 남아있는 5명은 최저임금이 올라 행복할 것인가? 기존에 함께 했던 동료들의 업무까지 남아있는 사람들이 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자영업은 어떤가. 3명의 아르바이트생을 쓰는 사장님이 있다. 3명 중 2명은 고만고만하게 일을 하고 1명은 압도적으로 뛰어난 기량과 성실함으로 모범이 되는 친구다. 이런 친구는 시급을 더 줘야 한다. 하지만 가게 운영 상 최저임금 이상 줄 수 있는 여력이 안 된다.
사장님이 아르바이트생을 쓰더라도 동기부여해 줄 수 있는 시급 인상폭의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도저히 그런 상황이 안 되는 것이다. 최저 시급을 주는 것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에. 결국 사장님은 아르바이트생을 줄이던가 아니면 아르바이트생들이 일하는 시간을 줄여서 운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근에는 소규모 식당에도 일본식 주문 자판기가 설치된 곳이 많아졌다. 이미 버거킹, 맥도날드 같은 프랜차이즈 업체는 주문 자판기로 주문을 받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점점 사람을 쓰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것 역시 시대의 흐름이긴 한데 너무 급격하게 도입이 되고 있다.
최근 돌아다니다가 폐업을 써 붙인 가게가 급증했음을 느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동네에서 단골 장사를 하던 식당까지 가게를 내놓는 것을 봤다. 주인 아주머니와 얘기해 보니 장사가 안 되는 편은 아니지만 수지가 맞지 않아 도저히 버틸 여력이 없다고 했다.
물론 임대비 등 여러 가지 사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부르는 나비효과 역시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2019년의 우리나라 경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