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한강 공원은 물에 잠겨 있었다. 자전거 도로는 물론이고, 편의점도, 나무도, 모두 다. 그 큰 나무들도 끝 부분만 물 밖으로 간신히 나와 있었다. 며칠동안 그 상태가 지속되었고, 물이 빠지면 나무들이 대부분 죽겠구나 싶었다.
지금 한강공원에 가면 그때 홍수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나무들은 잎이 무성하고, 여느 때처럼 새 소리, 풀벌레 소리가 가득하다. 평범한 가을 공원의 모습. 가을 하늘은 여전히 높고, 산도 여전히 푸르다. 변한 건 한 살 더 나이를 먹은 나의 모습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