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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칠칠 Nov 16. 2020

멜버른 숙소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코즈웨이 353

    이 여행기의 첫 화 마지막 줄을 기억하는가? 그렇다. 로컬처럼 다니자,


Be Local


    Be Local은 이 여행의 모토였다. 알라와 나 모두 느긋한 성격이기도 하고, 뭔가 쫓겨 다니며 이 관광지는 또 가야 해! 정말 여기는 꼭 방문해야만 해!라는 급한 템포로 여행을 다니고 싶지 않다는 공통점으로 만들어진 모토다. 비록 호주 방문 다음 해에 코로나19가 발발했지만, 호주에 앞으로 평생 못 가는 건 아니지 않은가? 여행으로 못 가도 일하느라 갈 수도 있고 이민을 떠나서 갈 수도 있다.


    신문사 2년 차 경험으로 깨달은 건 정말이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러니까, 호주도 다시 방문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한 호흡 한 호흡 쉬며 느긋한 여행을 다니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은 그 느긋한 여행의 커다란 부분을 담당했던 멜버른의 숙소와 그곳에서 만든 브이로그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우리가 멜버른에서 묵었던 숙소는 코즈웨이 353 호텔로, 콜린스 가 골목에 있는 호텔이다. 골목 가에 위치한 호텔이다 보니 낮은 층을 배정받는다면 뷰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우리가 묶었던 층은 5층으로 커튼을 열면 바로 맞은편에는 건물의 뒷면이 보였고 시간이 좀 늦었다 싶으면 그 아래에는 이런저런 네온사인이나 늦은 저녁까지 경험하는 아래 가게들에서 나오는 빛이 가득했다. 우리가 숙소에 뷰를 기대했던 적은 시드니 뿐이어서 좋지 않았다던가, 좋았다는 평은 아니지만, 만약 뷰를 중요시하는 편이었다면 마이너스로 다가올 법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호텔 건물 1층에 있던 가게 중에 초밥 가게가 있었는데, 거길 못 가본 게 또 새삼 아쉽다.


바깥으로 보이는 맞은편 건물의 창문


    돌아보니 우리는 이 호텔이 가장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바로 유료 세탁 서비스 때문이다. 당연히 세탁이나 다림질, 드라이클리닝 서비스가 있어 이걸 이용하려고 했던 나는 와이셔츠 하나에 20달러가 넘는 옷장 속 가격표를 보고 바로 세탁 시설이 어디인지 청소부께 여쭤봐야 했다. 와이셔츠 가격이면 우리의 일주일 치 세탁을 반의반 절 가격에 할 수 있었다! 하루 재미나게 놀고 오면 동전이 없어서 동전을 만들어오는 수고는 있어도 돈을 더 쓸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 호텔에서 체크 아웃을 하고 보니 전반적으로 모든 서비스가 좋았던 곳은 이곳이었다. 어느 곳은 가격이, 어느 곳은 와이파이가... 지금 와 새록새록 떠오르는 추억이지만, 그때에는 하나 같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게 만드는 경험 투성이었다.




    또 이곳이 좀 더 기억에 남는 이유는 이때 브이로그를 가장 열심히 만들어서가 아닌가 싶다. 브이로그에 대해서 두 번 말하고 나서 브이로그 제작을 성실하게 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게 부끄럽지만, 그때는 5분 영상 만드는 데 30분씩이나 걸릴 줄은 몰랐던, 마음만 앞서 매일매일 영상을 만들었던 때이니... 그렇지만 무려 8개의 브이로그를 만들었으니 이 정도는 선방했다고 생각한다. 8개 중 6개를 멜버른 호텔 침대 위에서 이런 포즈로 만들었으니, 좀 많이 기억에 남을 법도 하다.



    너무 내추럴한가, 싶긴 한데... 뭐, 저때 숙소에서 꾸물거리면서 누워 있기보다는 브이로그라도 열심히 만들었으니 기특해 보이기도 한다.


    브이로그는 만들기 잘했다고 생각한 건데, 코로나19로 올 초부터 내 모든 해외여행이 다 취소돼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기도 했고 영상 편집에도 자꾸만 기웃거리게 해 주기 때문이다. 아마 다음에 해외를 간다면 그때는 글과 영상 모두로 여행기를 작성하고 그날의 데일리 브이로그를 편집해 올리지 않을까? 작년 호주 브이로그는 영상 기술적으로는 허접하기 그지없지만 허접한 만큼 더 나아질 구석이 많다는 뜻이니까.


    지난번에 브이로그 구성에 대해 이야기를 해봤다면, 이번에는 숙소와 더불어 브이로그를 만들게 된 마음가짐과 장소에 대해 얘기를 해본 것 같다. 숙소에 대해서는 시드니에서도, 다른 도시에서도 많이 할 예정이니 지금은 맛보기로 봐달라는 뜻으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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