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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칠칠 Nov 23. 2020

나의 두번째 브이로그 in 멜버른

여전히 부끄러우니 비공개 브이로그 톡톡


    멜버른에서 보낸 완벽한 이틀은 다행히 영상으로도 기록이 남아 있다. 어째서 세인트 킬다 바닷가는 그곳을 가는 트램 영상만 덩그러니 업로드 한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아마 영상을 제작하다 날아간 게 틀림없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그냥 원본을 올린 게 아닐까.


    브이로그를 위한 영상을 찍으면서 든 아쉬움은 사진을 못 찍는다는 것이다. 영상을 찍든가 사진을 찍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건 괴롭다. 자기애가 과하면 자신의 일상 브이로그를 찍는 카메라맨을 따로 고용한다는 밈을 봤는데, 난 호주에서의 내 일상이 아쉬워서라도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카메라맨을 고용하고 싶다.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다 찍어주세요.
편집본 유튜브에 올려주시구요, 저한테도 보내주세요.


    하지만 그럴 수 없으니까 내가 찍은 비루한 영상과 봐줄 만한 사진으로 호주를 다시 더듬어보고 있는 거겠지...




    다시 1일 차부터 4일 차까지 내가 만든 브이로그 개수를 세어보면 총 5개다. 첫 번째는 멜버른에 도착한 날과 그다음 날까지를 담았고, 셋째 날과 넷째 날에 각각 두 개씩 총 4개를 만들었다. 확실히 이틀 정도 영상 각을 잡으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보니 셋째 날부터는 뭘 영상으로 찍어야 나중에 봐도 신기할지 떠올랐다. 머리에 맞춰 손과 장비가 따라가 줬으면 했지만 따라오지 못해도 어떠랴, 지금 봐도 충분히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


물개 사진과 트램에서 찍은 바깥 사진


    셋째 날에는 멜버른 동물원 영상 하나, 퀸 빅토리아 시장 영상 하나를 만들었다. 동물원에서 점심 먹는 알라와 나의 먹방 역상, 그 외 온갖 동물들이 움직이는 영상까지. 자막에도 이런저런 효과를 많이 주고 싶었는데 기껏 유료 결제까지 한 앱을 내가 잘 사용하지 못해 어떻게 봐도 허접해 보인다. 비행기 안에서 연습 영상으로 효과를 많이 연습해봤어야 했는데. 브이로그는 준비해 간 콘텐츠 중에서 가장 뿌듯하지만 동시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퀸 빅토리아 시장 영상에서도 시장 구경과 우리의 먹방 영상이 간략히 담겨 있다. 시장을 한 바퀴 휘돌면서 대략의 분위기가 어떤지를 볼 수 있는데, 그 몇 초만 봐도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게 모여있어 내는 에너지가 얼마나 활기찬지 알 수 있다. 요즘은 부대끼는 건 고사하고 한 공간에 많은 사람이 있을 수 없으니까. 정말이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바로 비행기 표를 끊고 날아가고 싶다. 몇 시간이고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온갖 사람들이 내는 에너지를 받아 가고 싶다.





    넷째 날에는 크림퍼와 멜버른 씨라이프 수족관 영상과 세인트 킬다 바닷가로 가는 트램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영상을 남겼다. 크림퍼 영상은 먹방 영상인데, 드디어 내가 카메라 각도를 조정해서 나를 모델로 찍은 영상이다. 뭘 묻히고 먹는 편은 아니니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호주에 있을 때만 해도 먹방 유튜브는 보지 않았는데 다시 보니 적어도 각도는 보고 배웠어야 했다. 무슨 화면 절반 이상이 테이블이야...



    멜버른 씨라이프 수족관에서는 사진이 아니라 주로 영상을 찍어서 이 영상의 길이가 9분 20초로 가장 길었다. 그중 백미는 영상 후반부에 있는 펭귄이 아닐까? 뒤뚱거리며 걸어가는 귀여운 뒷모습과 물속에서 잠수부와 헤엄치는 모습까지 담겨있다. 그리고 끝부분에 천천히 걸어가며 찍은 야라 강변과 트램 정류장의 모습까지. 이 영상에서는 엔딩 크레딧도 삽입돼있다. 나와 있는 인스타그램 주소는 세 번도 더 바꾼 거라 의미가 없지만.




    이번 여행기를 쓰며 오랜만에 만들어놓은 브이로그와 만들 때 적어둔 메모를 보며 10분도 안 되는 영상 하나 만드는데도 손이 많이 가는 걸 다시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뭐든 노력을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되돌아봤을 때 흐뭇함이 많이 남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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