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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칠칠 Nov 25. 2020

숙소 앞 건물이 유명 쇼핑 센터?

칠월 오일. 로열 아케이드

    로열 아케이드. 약간 나도 모르는 우리 동네 맛집 느낌처럼 숙소 옆에 있는 줄도 모르고 신기해하다 문득 찾아보니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아케이드형 쇼핑 센터였다는 사실.


    아케이드형 쇼핑 센터라는 말을 처음 들어서 찾아보니 아케이드는 건축 용어로 양측에 상점이 연속적으로 이어 있는 지붕이 있는 길이라고 한다.


    우리가 방문했던 로열 아케이드는 앞서 소개한 것처럼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쇼핑 센터다. 우리는 이곳을 멜버른 동물원 가는 트램에 타서 외관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오래된 건물이 주는 엔틱한 느낌이 매력적이라 첫날에 건물 안으로 들어가도 봤다. 명품 매장부터 고풍스러운 소품을 팔고 있는 가게들이 즐비해 있는 광경이 마치 100년 전 유럽에 있는 느낌을 줬다. 아직도 유럽에 가본 적은 없지만,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그 ‘유럽스러운’ 느낌말이다.


고급스럽게 진열된 마카롱


    한 번 다녀온 입장에서 여기가 그만큼 엄청난 핫스팟이냐 묻는다면 딱히 그렇지는 않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호주 여행기를 쓰며 굳이 여기는 꼭 가야한다, 여기는 정말 추천하지 않는다라고 명확하게 쓴 적은 없는데, 여기는 이런 평을 남기고 싶다. 여기 갈 바에는 그냥 멜버른 센트럴을 한 번 더 가시라고.


    그렇게 보면 우리는 운좋게도 로열 아케이드가 우리 숙소가 위치한 블록 맞은편에 있어서 횡단보도 두 개만 건너면 바로 도착하는 거리였다. 눈요기하는데도 좋은 곳이 가깝다는 건 행운인 것 같다. 그덕에 마라탕 먹어 잔뜩 부른 배를 달래며 걷기에도 딱 좋았다.




    우리는 다시 숙소로 돌아가 콜린즈 가를 걸어 멜버른 씨라이프 수족관을 지나쳐 어제 세인트 킬다 바닷가로 향하는 트램 정류장이 있는 퀸즈 다리로 향했다. 빌딩숲을 지나가기엔 강변을 걷고 싶어 강변으로 걸어 남부로 걸음을 옮겼다.


    퀸즈 다리를 빈 손으로 걸으면 심심하니 우리는 그새 스타벅스 한 잔을 시켜 손을 따뜻하게 데웠다. 웃픈 헤프닝도 있었는데, 내가 스타벅스 바리스타에게 호출할 이름을 불렀을 때다. 내 영어 이름은 Nicole인데 호주에 갈 때만 해도 이 영어 이름이 너무 유치하게 느껴져서 다른 영어 이름을 막 생각하던 중이었다. 스타벅스에서 호명할 이름을 알려달라고 했을 때 이 이름만큼은 말하고 싶지 않던 나는 버벅거리면서,


“Teddy! Teddy please.“


라고 했다. 별명이 곰인형이라서 그렇게 불렸는데 그게 갑자기 튀어나왔다. 그리고 더 쪽팔렸다. 다 큰 성인이 ‘아 제 별명은 곰인형입니다.’하고 스스로 소개해버린 것 같아서. 그날을 기점으로 나는 다시 내 영어 이름을 Nicole이라고 소개한다. 뭐가 됐든 Teddy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아무튼 그렇게 나를 곰인형이라고 소개하고 내가 주문한 음료를 받았는데 내가 생각한 스펠링과는 좀 달랐다.



    Tedi. 내가 말한 걸 영어로 옮기면 이렇게 되는가보다. 그리고 안도감이 밀려왔다. 다행이다. 곰인형이라고 안 써줘서...




    아무튼 스타벅스 음료 한 잔 들고 퀸즈 다리를 거쳐 야라 강변에 도착한 우리는 강가를 보며 멜버른 북부의 빌딩숲과 맑은 하늘을 원없이 구경했다. 여행을 와서 하늘을 자주 보게 된 것인지, 서울 하늘이 잘 보이지 않았던 탓에 하늘을 잘 보지 않았던 건지 나는 멜버른에서 하늘을 정말 원없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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