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는 하늘에 떨어졌다.

칠월 오일. 유레카 타워

by 최칠칠

분명 지상낙원을 봤던 것 같은데, 역시 사람은 높은 곳을 올라가야 한다는 건가. 라이트 형제가 꿈에서 이렇게 높은 곳을 날아서 비행기 발명을 시작했다면 높은 곳을 향하는 사람의 열망을 굳게 믿었을 것 같다.



한참이나 말간 햇살을 받고 다시 천천히 오늘의 첫 목적지로 향하는 알라와 나는 유레카 스카이덱에 도착했다. 유레카 타워 안에 스카이덱 전망대에서 멜버른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레카 타워는 호주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이지만 전망대로만 본다면 스카이덱 전망대가 남반구 전역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그리고 88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의 속도 역시 남반구에서 가장 빠르다고 한다.


표를 구매하고 간단한 소지품 검사를 끝낸 뒤 우리는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2인 이상 그룹이라면 그룹별로 엘리베이터 탑승이 가능해서 알라와 나만 엘리베이터에 있을 수 있었다! 사고 나면 큰일이지만 멀쩡하게 돌아와서 여행기도 신나게 쓰는 중이니 철없는 대학생의 무모한 상상 정도로 끝난 이야기다.


아무튼,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신기한 나머지 버튼을 구경하다 알라의 말에 호다닥 층수가 올라가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1초에 1층이 더해지는 층수를 보고,


‘뭐지? 몰래카메라인가? 그냥 보여주기식으로 1씩 더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놀랐다. 우리는 실시간으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땅과 멀어지고 있었다! 38초 만에 88층에 도착하는 속도라니. 40초도 안 돼서 땅에서부터 285m 멀어졌다. 그걸 깨닫자마자 귀가 땅에서 치솟아 오르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는 걸 알려주듯이 먹먹해졌다.






귀가 깊은 수영장에 들어갔다 나왔을 때 물이 잔뜩 들어가 먹먹해진 걸 입을 크게 벌리며 푸는 것도 잠시, 좁은 통로를 지나 우리는 멜버른의 전경을 모두 바라볼 수 있는 스카이덱 전망대에 도착했다.



그리고 가로로 긴 지평선이 보였다.


생각해보면 나의 시야에 지평선이 보였던 건 거의 없었다. 아마 핸드폰 화면이 대부분의 시야를 채웠겠지? 길을 걷다가도, 횡단보도를 걷다가도, 무언갈 기다리다가도 핸드폰을 바라보니까. 하지만 이때만큼 나의 시야를 가득 채운 건 푸른 하늘과 땅과 하늘을 가르는 지평선이었다.



멜버른을 가로지르는 야라 강, 멜버른의 북부, 남부, 햇살을 따라 달라지는 색감.


뭐라고 말해야 할까? 지평선이 보이고 내 시야에 푸른 필터가 쓰인 것처럼 푸름이 넘실거렸던 그 감각을. 줄여본다면 다음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나는 하늘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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