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오일. 멜버른 스타
유레카 타워에서 다시 지구로 돌아가고 코알라 모양 캐리어를 끄는 알라의 모습도 찍다 보니 어느새 우리의 다음 목적지로 출발할 시간이 됐다.
어떻게 보면 그날은 높은 곳에서 멜버른을 원 없이 구경하는 날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점심에는 유레카 타워 스카이덱, 그리고 오후에는 멜버른 스타.
멜버른 스타는 멜버른 북서쪽에 있는 대관람차로, 투명한 케빈 안에서 멜버른 시내 전경을 30~40분 동안 바라볼 수 있다. 트램을 타고 덜컹거리며 목적지를 향해 가는데, 멜버른 스타에 거의 도착했을 때 마블 스타디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벤져스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좋아하는 걸 보니 기분이 한 계단 상승했다.
멜버른 스타 앞 트램 정류장에 도착하니 쇼핑몰 뒤로 커다란 관람차가 있었다. 쇼핑몰도 구경하고 싶었지만, 우리가 도착한 시간대가 호주 쇼핑몰이 마감하는 때라 대부분 불이 꺼져 있었다. 그래서 굉장히 저렴하게 가방과 여러 종류의 화장품을 파는 곳만 구경할 수 있었다.
멜버른 스타 바로 밑에 도착할 때까지는 해가 떠 있었다. 이때까지 점심 빼고는 먹지 않아 입이 출출하던 참이라 주위를 둘러보다 젤라토 집을 발견했다. 두 가지 맛으로 먹으면 좋겠다 싶어 초코 맛과 베리 맛을 시켜 자리를 잡고 천천히 표를 구매하기로 했다.
사실 한국에 있었을 때는 하드 바가 최고인 줄 알았다. 서울에 살았으면서도 스무 살이 되기 전에는 신촌이나 홍대를 가본 적도 없어서 하드바 빼고 다른 아이스크림 종류에 대해 잘 모르기도 했다. 하지만 호주에서 젤라토를 먹고 이게 이렇게 맛있는 아이스크림이었구나...! 하고 감탄했다. 꾸덕하고 진한 풍미의 초콜렛과 베스킨라벤스의 레인보우 샤베트보다 더 상큼하고 톡톡 터지는 베리 맛 젤라토. 이날 정말 맛있는 주전부리를 접한 알라와 나는 이후로도 틈만 나면 젤라토 집을 찾기 시작했다.
젤라토로 대충 배를 채운 우리는 표를 구매하기 위해 멜버른 스타 건물 2층으로 향했다. 쇼핑몰 건물 2층과 같았는데, 2층에 서브웨이부터 햄버거까지 다양한 프렌차이즈가 있었다. 음식점들은 쇼핑몰과 다르게 늦은 시간까지 영업해서 멜버른 스타를 모두 타고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2층에 도착해 탑승구로 향하는 도중 창문 너머로 보인 코스트코. 한국에서 자주 갔던 곳이라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표를 구매하고 줄을 서서 탑승 차례를 기다렸는데 일정 인원수를 모아야 케빈에 탑승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두 명뿐인 인원이었지만 우리 뒤에 사람이 오지 않아 우리만 타는 건가? 하고 좋아했지만 기다려서 인원수를 맞춰 탔으니 다들 알아두면 좋을 듯하다.
그리고 멜버른 스타 케빈에 탑승해 점점 높이가 올라갈수록 내게도 약간의 고소공포증이 있구나, 하고 깨달았다. 유레카 타워에서도 높은 곳이 무섭지 않아서 나는 내가 고소공포증이 없는 줄만 알았는데, 조금은 있나 보다. 아니면 높이가 올라가는 걸 확인하는 것에 약한 걸 수도.
유레카 타워보다는 절반 정도 낮은 높이였지만 멜버른의 야경을 보는 재미는 확실했다. 도시 하늘에 별이 잘 보이지 않는 건 한국이나 여기나 똑같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고 하루가 끝나는 순간에도 도로를 지나가는 차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고. 도시 저 너머에 불빛도 없는 땅에는 어느 집들이 모여있을까, 하고 상상하는 것도 즐거웠다.
가끔 케빈 밖을 보다 땅과 너무 멀리 떨어졌다 싶으면 괜히 멜버른 스타 안쪽 철골을 보기도 했다. 이만큼 느리게 올라가고 내려가는 속도를 확인해야 덜 불안할 것 같아서.
30분 정도 멜버른 야경을 구경을 마치고 기념품점 구경까지 끝낸 우리는 잔뜩 지쳐서 저녁을 해결하고 호텔에 돌아가 짐을 싸기로 했다. 내일 저녁에 젯스타 Jetstar 비행기로 시드니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식당이 있었지만, 밥과 국이 (또) 먹고 싶어 우리는 돈가스 집을 선택해 알라는 카레를, 나는 돈가스를 먹었다. 오른쪽 아래에 있는 빨간 소스가 특이했는데, 나는 맛없어서 시판 돈가스 소스가 조금 그리워졌다.
지친 알라와 함께 트램을 타고 멜버른 숙소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