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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칠칠 Dec 10. 2020

이렇게 초밥집이 많을 줄 몰랐다.

칠월 팔일. 스시 온 스탠리


    호주에 와서 놀랐던 건 열 손가락으로 세도 모자라지만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것만 말해보라 한다면 그 안에는 꼭 들어갈 항목이 있다.


이렇게 초밥집이 많을 줄 몰랐다.


    프렌차이즈로 본 초밥집만 10개가 넘을 것이다. 백화점에 들어가서 푸드 코트에 가면 무조건 하나는 초밥집이다. 일본에서 초밥이 만들어진 역사가 활어를 먹을 방법을 연구하다 초밥을 개발한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호주도 어떻게 보면 섬나라니 초밥이 발달한 것인가? 라는 생각이 다다랐다. 이미 멜버른에서 초밥집을 보고 와도 신기했다. 이 정도로 많을 줄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내가 본 모든 초밥집의 이름에 스시라는 일본어가 들어갔다. 서양 사람들이 동양에 가진 오리엔탈리즘 비슷한 것인가? 서양인 중에 일본의 그 특유의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으니까.


    시드니에 초밥집이 왜 이렇게 많은 것인가, 라는 궁금증을 빼고 보면 초밥집이 많다는 건 알라와 나에게 희소식이었다. 호주도 서양이니 밥이나 쌀알을 주로 한 요리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나는 김과 햇반을, 알라는 온갖 밑반찬을 챙겼기 때문이다. 호주 여행 중반부까지는 이 음식을 먹는 것도 아까웠고 아시안 마켓을 찾지 못해서 아직 먹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중에 호텔에서 맛있게 먹었으니 우리가 챙겨간 음식으로 차린 끼니는 나중에 소개하겠다.


    아무튼 멜버른을 거쳐 시드니에 도착했을 때도 구글 지도에 수많은 초밥집이 떴다. 우리는 그중 호주 박물관과 우리 숙소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초밥집으로 향했다. 호주 박물관 뒤편에는 약간의 상점과 주택, 아파트가 있었는데 마치 동네에 있는 초밥집 같은 외관이었다.


    초밥만 주구장창 말했으니 초밥을 먹었으려니, 싶지만 여기서 초밥을 고르기 직전까지 먹는 초밥 맛이 고민됐다. 나는 초밥에 올라가는 생연어를 색깔로 구분하는데, 코스트코에서 파는 냉동 생연어와 그보다는 좀 더 때깔이 곱고 색이 짙은 생연어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나는 전자가 맛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호주 초밥집에서 보는 모든 연어 초밥에 올라간 연어는 냉동 생연어 색깔이었다. 첫 초밥집에서 그 색깔을 확인한 순간 호주에 있는 초밥집을 향한 기대가 조금 꺾였다. 여기서 조금 더 참아서 경유지 일본 편의점 도시락에 있는 연어 초밥이나 귀국하고 나서 좋아하는 초밥집에서 연어 초밥을 먹자는 생각만 들었다.


    색깔이 주는 실망에 나는 데리야끼 덮밥 세트를 먹을까 고민했지만 세트에 나오는 된장국이 또 마음에 걸렸다. 호주에서 먹어본 된장국은 정말 밍밍해서 차라리 일본의 미소 된장국이 훨 나을 정도기 때문이다. 나처럼 밥과 국을 둘 다 맛있게 먹고 싶어 하는 까다로운 부류에는 어려운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맛없을 연어가 나오는 우동 정식이냐, 밍밍한 된장국이 나오는 데리야끼 덮밥 정식이냐.


    그렇지만 결국 선택은 우동 정식이었다. 호주 우동 맛은 한국에서 시판되는 우동 맛과 똑같아서 향수를 조금이나 달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초밥이 또 그렇게 맛없지는 않았단 걸 돌아보면 뭐든 오랫동안 먹지 못한 걸 먹게 되면 다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


    첫 초밥집이 나름대로 먹을만했던 시드니에서의 이틀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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