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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칠칠 Dec 11. 2020

시드니에서 잡다한 의생활

@zara


    호주의 두 개 시그니처 도시 중 하나로 꼽히는 시드니. 시드니가 너무 유명해서 호주의 수도로 착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호주의 수도는 캔버라다. 오죽 유명하면 시드니와 멜버른 중 어디를 호주의 수도로 정할지 고민하다 그 둘 사이에 있는 도시인 캔버라를 수도로 삼았다는 썰이 나돌 정도다.


    이렇듯 시드니는 멜버른 못지않게 볼거리도, 먹을거리도 종류별로 많은 도시지만 도보 여행에 적합한 도시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갸우뚱거릴 것 같다.


시드니에서 도보 여행. 내 기준에서는 애매하다.


    물론 내 체력이 저질인 탓에 도보 여행이 이런 평가를 내린 걸 수도 있다. 나는 3층을 일정한 속도로 계단을 통해 걸어 올라가면 조금 숨이 차는 사람이다. 30m 정도를 계속 뛰면 5분은 계속 숨을 헐떡거린다.


    이런 저질 체력을 가진 나지만 왜 도보 여행이 어려운 게 아니라 애매하다고 했냐면 못 걸을 거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행으로 온 거리니 같은 거리라도 걸을 때마다 새롭고 신기하다. 그렇지만 주위를 구경하며 하루 종일 걷다 보면 다리가 아프다. 그래서 버스를 타자니 또 교통비가 비싸 돈이 아깝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다시 걸어 돌아오는 일이 부지기수로 벌어지는 셈이다.


    ‘걸어가자니 애매하고 버스를 타자니 아까운 거리’에 있는 것이 우리가 몇 번이고 들락날락거렸던 시드니의 자라 ZARA 매장이었다.


    이 자라 매장이라고 한다면 시드니의 서부에 가까웠는데, 우리가 묶었던 첫 번째 시드니 숙소가 시드니 동부에 있던 걸 생각한다면 끝과 끝에 있던 셈이었다. 하지만 아까 그 애매한 거리라고 소개했듯이, 못 걸을 거리는 아니다. 우리 숙소 앞에 있는 윌리엄 가를 쭉 걸어 하이드 공원을 통과해 시드니 시청까지 3블록만큼의 거리에 있다. 걸어서 20~30분 정도?


    이 걸어서 20~30분인 거리를 우리는 자주 걸어 다녔다. 자라는 매번 갈 때마다 옷 전시가 바뀌어서 괜히 쇼핑에 욕심도 없던 내게 물욕을 마구마구 심어줬는데, 거기서 결국 나는 옷 두 벌에 눈독을 들이고 말았다.



    원래 좋아하던 후드와 그날따라 유독 눈에 들어오던 크림색 도톰한 반팔 스웨터였다. 호주와 한국 시차가 1시간밖에 차이 나지 않으니 엄마에게 급하게 카톡을 해서 두 개를 다 사고 싶은데 어떤 게 더 어울릴지 추천해달라고 했다. 엄마는 그날따라 사고 싶은 걸 사라고 했고, 지갑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탓에 나는 크림색 옷은 다음에 오면 사는 거로 하고 먼저 후드를 구매했다.


    다음 번을 기약해 또 이 애매한 거리를 걸어 두 번째로 매장을 방문했을 때 크림색 스웨터는 없었다! 아쉬운 마음이 잔뜩 들었지만 그 마음만큼 내가 산 후드티를 열심히 입고 다니고 있어 후회를 조금씩 깎고 있다.


    요 후드티는 앞으로도 종종 사진에 나올 예정이니 그때마다 알아봐 주시길 바란다 :)


    그렇게 시드니에서 평소 하지 않던 쇼핑까지 끝마친 나는 다음날 일정을 위해 구매한 옷을 소중하게 끌어안고 호텔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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