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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칠칠 Jan 15. 2021

교토 엔틱 카페에서
프렌치토스트를

스마트 커피 데라마치도리 점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나는 프렌치토스트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도 프렌치토스트 맛집을 종종 찾아다녔고 호주에서도 브런치로 프렌치토스트를 먹었고 일본에서도 같은 메뉴를 찾고 있으니.


    자칭 세미-프렌치토스트 마니아인 내가 프렌치토스트를 먹기 위해 선택한 카페는 스마트 커피였다. 스마트 커피는 교토의 3대 커피 체인점으로 손꼽히는 카페다. 고전적인 분위기가 특징인데, 가게 입구에서부터 그 특유의 엔틱한 느낌이 물씬 피어오른다. 가게 내부도 마찬가지다. 짙은 밤색이 주를 이루는 가구가 눈길을 끈다.


    산조 역 근처에 있는 스마트 커피는 데라마치도리 점이다. 가게 앞에는 빨간색의 대형 커피 로스팅 기계가 있었는데, 장식용이지만 그 분위기만큼은 확실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점원이 자리를 안내했고 나는 캐리어를 캐셔 앞에 맡기고 홀가분한 몸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손님이 몇몇 있었던 모양인지 가게 입구에는 내 캐리어 말고도 다른 사람의 캐리어가 몇 개 있었다.




    영어 메뉴판을 받아 나는 별 고민 없이 프렌치토스트 세트를 시켰다. 프렌치토스트 두 조각과 아메리카노로 구성돼있었는데 나는 밀크셰이크로 구성을 변경했다. 커피를 직접 로스팅하는 카페라서 커피를 마실까, 고민도 했지만 한참이나 걷고 난 뒤에 처음으로 앉은 곳이라 달달한 게 먹고 싶었다.



    밀크셰이크가 먼저 나오고 프렌치토스트가 작은 양철 컵에 담긴 꿀과 함께 나왔다. 사진으로 보면 크기가 꽤 작아 보일 수 있다. 실물로 본 나도 처음 반응은 ‘이 양에 만 이천 원이면 너무 비싼 거 아닌가...?’ 싶었으니까. 하지만 가격은 비싸게 생각할 수 있어도 양은 딱 적당했다. 프렌치토스트뿐만 아니라 뭐든 많이 먹으면 물리기 십상인데 이곳 프렌치토스트 양은 잘 먹었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양이었다. 꿀도 꽤 많이 나와서 마지막 프렌치토스트 조각은 거의 꿀에 절여 먹는 수준이었다.


    밀크셰이크도 괜찮았는데, 묘하게 한국과는 스타일이 다른 것 같았다. 얼음 알갱이가 좀 더 큰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생각보다 달지 않았다! 정말 딱 고소한 우유만 넣은 무당분 밀크셰이크 느낌이다. 달달한 밀크셰이크를 생각하고 방문했다면 조금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외에도 런치 시간에는 점심 메뉴를 2층에서 먹을 수도 있고 프렌치토스트 말고도 푸딩 등 여러 가지 메뉴가 있다고 하니 다음 방문에는 다른 메뉴를 도전해보고 싶다. 그리고 숙소에 체크인해야 하는 시간에 쫓겨 오래 머무르지 못했던 게 아쉽다. 할머니의 2층 주택 같은 느낌이 드는 가구들로 구성된 곳이라 더 있고 싶었는데 말이다.


    후식을 애피타이저 삼아 먹고 나온 뒤에는 식사를 하러 가야 했다. 숙소 주변에 있는 건 편의점뿐이어서 마땅히 무언가 사 먹을 식당이 없었다. 두 블록 정도 위에 위치한 간코 니조엔 점을 방문했는데, 어째서 회전 초밥을 먹을 생각을 못했던 걸까? 석 달이나 열심히 계획을 짠 건데 첫째 날 일정은 지금 봐도 알다가도 모를 점이 많다.


    간코 니조엔에 대해서는 사진도 없고 기억도 없어서 그다지 쓸 말은 없지만 가격 하나는 저렴했다. 그리고 이전의 일본 여행에 비추어 봤을 때 스시 프랜차이즈를 방문해서 맛없던 적은 없었으므로 이곳 역시 평균은 하는 집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렇게 얼렁뚱땅 마지막 목적지부터 첫 목적지까지 방문한 첫째 날이 지나갔다. 캐리어를 끌고 버스에 몸을 싣는 건 정말 힘들었지만 그래도 숙소까지 환승 없이 도착하는 버스라는 점이 위안이 됐다. 캡슐 호텔에서 지내며 느낀 점은 차차 풀어보도록 하겠다.


    그나저나 그날 저녁잠을 자러 침대에 몸을 뉘었는데 엄마에게서 카톡 연락이 왔었다. 당장 친구와 제주도에 있다는 증거 사진을 보내라는 톡이 얼마나 무서웠던지. 그 카톡을 용감하게 무시한 나는 잠을 청했고, 다음 날 배 째라는 식으로 엄마에게 영상 통화를 걸기에 이른다. 그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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