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의 불편한 다리 검진
마흔 아들의 슬프고, 아픈 마음
2017년 3월 장인 어르신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장모님께서 암에 걸리셨다는 연락이었다. 핸드폰을 들고 있던 손에 힘이 빠졌다. 장모님께서 암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뒤통수를 세게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 전화기를 다시 들었다.
“아버님, 어머니(장모님)가 암이시라니 무슨 말씀이세요? 도대체 무슨 암에 걸리셨다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머님이 암이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다시 어제 뵈었던 어머님의 모습을 떠올려 봤다. 암의 흔적이라고 느낄 만한 것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아버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골육종이라는 못 쓸 놈이라고 하더라...”
아버님의 말씀을 듣고서 인터넷으로 바로 검색해 봤다. 여러 검색 결과가 나왔다. 그중 지식백과의 맨 위에 위치한 내용을 클릭했다. 화면이 전환되었다. 골육종에 대한 내용들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었다.
‘골육종은 드물게 발생하는 악성종양으로, 발생하는 전체 악성종양 중 0.2% 정도의 비율로 나타난다. 골육종은 모든 부위의 뼈에서 생길 수 있지만 보통 긴 뼈의 말단 부위와 무릎 부위에 흔히 발생한다. 주로 10~30대의 젊은 연령층에서 잘 나타나는데, 이미 다른 부분에 암이 있어 골육종으로 전이되었거나 방사선 치료를 받아 세포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전성 망막모세포종이 있는 환자의 경우 다른 사람보다 골육종이 잘 생기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골육종의 발생에는 유전적 요인도 있는 것으로도 생각된다. 골육종이 생기면 뼈에 통증이 생긴다. 골육종 초기에는 운동할 때만 통증이 있다가 쉬면 통증이 다시 사라지기 때문에 운동할 때 생기는 통증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골육종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통증이 심해지고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지속되며 종양 부위가 부어오른 것을 볼 수 있다. 골육종은 X선 검사로 진단할 수 있으며, 검사 결과 종양 부위에 골흡수 ·골파괴 ·골형성 등이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밖에 CT나 MRI로도 진단한다. 골육종은 폐로도 잘 전이되기 때문에 흉부 쪽도 함께 검사한다. 골육종은 종양 주변 조직에도 전이되는 경우가 많고, 이는 육안으로 관찰하기가 쉽지 않아서 수술로 골육종을 제거할 때 종양 주변 조직까지 광범위하게 절제해야 한다. 또 수술 전에 먼저 항암 화학요법을 사용해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의 범위를 최대한 줄이며, 수술 뒤 뼈조직에 결손이 생겼다면 인공 보조물을 삽입하기도 한다. 폐로 전이되었다면 생존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폐 절제술을 시행한다.’
눈으로 쭈~욱 읽어 가는데 몇몇 단어들이 머릿속으로 박혀 들었다. ‘악성종양’, ‘0.2%’, ‘10~30대’, ‘페로 전이’, ‘항암’, ‘절제’...
어머님의 연세가 60대 이신대, 순간 ‘제길’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아버님께 이 사실을 말씀드릴 수 없었다. 우선 아버님을 안심시켜 드려야 했다.
“아버님, 괜찮으실 거예요, 골육종은 절제만 하면 되고, 생명에는 전혀 지장 없데요”
아버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허벅 지니까, 절제하면 될 거야! 그나저나 ‘후’가 걱정이다, 녀석을 더 이상 돌봐줄 수가 없을 듯한데... 어떡하냐?”
아버님의 목소리엔 어머님 걱정보다 ‘후’를 더 돌봐줄 수 없을 것 같다는 걱정이 앞서 계셨다.
“후는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님 치료가 훨씬 중요하잖아요.”
아버님과의 전화통화는 그렇게 길지 않았다.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언제 수술하시는지, 입원은 언제 하시는지 등 어머님의 치료 일정으로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전화기를 끊었다.
아내가 걱정이었다. 아내의 엄마이셨기 때문에 아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충격에 빠지지나 않을까?’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아버님께 전해 들은 어머님의 암 진단 소식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아버님을 안심시켜 드리려고 했던 말을 다시 한번 그대로 전했다.
“괜찮으실 거야, 골육종은 절제만 하면 되고, 생명에는 전혀 지장 없데”
아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숨소리가 핸드폰을 넘어 내 귀에 들려왔다. 거친 숨소리였다.
“병원에서 오늘 당장 입원하라고 하셔서 아버님과 함께 지금 병원에서 입원 수속하고 계셔, 너무 걱정 마, 수술하시면 괜찮으실 거야”
다시 한번 아내를 안심시켜 주는 말을 건넸다.
그리고 얼마 동안의 말을 주고, 받다가 전화를 끊었다. 다시 핸드폰 검색창에 ‘골육종’을 입력하고, 지식백과의 내용을 자세히 읽어 보았다. 생각보다 나쁜 놈이었다. 게다가 폐로 전이가 잘 된다는 놈이었다. 그렇게 되면 폐까지 절제해야 한다는 것이 눈에 거슬렸다. 그리고 어머니를 떠올렸다.
6개월 전인가?
아버님과 어머님은 우리에게 어디 등산을 다녀올 테니 하루, 이틀 ‘후’를 우리 보고 보라고 하셨다. 그 이후 어머님은 등산의 후유증 때문이라고 하시면서, 다리를 조금 저셨다. 그리곤 OO한방병원으로 침을 맞으려 다니셨다. 침을 맞으신지 3개월 정도가 지났을까? 여전히 낫지 않으신다면서, 나이 때문에 이젠 근육도 잘 풀리지 않는다며, 음식을 차리시고, 설거지를 하시면서 힘들어하셨다.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에도 확연히 다리가 불편하시다는 것을 나도 알 수 있었다.
순간 후회되었다.
'그때 난 왜 아무렇지도 않게 느꼈고, 어머님의 말씀을 그대로 곧이 믿었을까?'
다시 지난날을 떠올려 보았다.
아버님께서 어머니가 잘 낫지 않으신다고, 병원을 옮기셨다고 말씀하셨었다. 그게 불과 한 달 전이었다. 그때 아버님께선 이상한 느낌을 받으셨나 보았다. 그리고 전화기로 말씀하신 내용들 중 어머님과 관련된 말씀을 연결해 보았다.
‘몇 달을 침을 맞아도 근육이 풀리지 않았다’
‘집에서 몹시 아파하셨다’
‘손가락 만하던 것이 허벅지를 다 덮어 버렸다’
‘허벅지가 시퍼렇게 멍들어 있는 것 같았다’
‘병원을 옮겼다’
‘옮긴 병원에서 세브란스 암 전문의를 소개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검진했다’
‘이 지경까지 어떻게 참았냐며, 의사가 어머님을 나무라셨다’
순간 머리는 멍해지고, 온몸이 전기에 감전된 듯 떨렸고, 머리가 쭈뼛 섰다.
‘얼마나 큰 아픔이셨을까?’
‘그 고통을 참아가면서, 우리에게 내색도 않으시고... 후.... 를 돌봐주셨을까?’
고통의 표현이었던 절룩거리셨던 걸음걸이를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듯 넘겨버렸던 나...
43살이나 먹고서...
후회되고...
죄송스러움에...
눈에 물방울이 고였다.
창밖 하늘만 멍하니 올려 다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