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태화 Jun 26. 2021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사랑학개론

  일말상초(一末上初)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군에 간 남자 친구가 일병 말이나 상병 초가 될 무렵이면 '곰신'이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다는 말이다. 곰신은 본래, 남자 친구를 군대에 보낸 여자가 돌아선다, 즉 이별을 고한다는 뜻으로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다'라고 했는데, 세월이 지나다 보니 지금은 아예 '곰신'이라고 '남자 친구를 군대에 보낸 여자'라는 뜻으로 당당히 비사전적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언젠가는 표준어로 등극할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몇 년 전 육군 징집병의 복무 기간이 21개월 때, 계급 개월 수는 3-7-7-4이다. 이병 3개월, 일병 7개월, 상병 7개월, 병장 4개월이다. 따라서 일병 말이면 입대 10~11개월 정도가 되고, 상병 초라면 거기에 1~2개월 정도 더해진 시기가 된다. 결국, 21개월 군 복무 중 절반 정도가 지날 무렵인 일병 말이나 상병초에 '곰신'은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 경우가 제일 많다고 해서 나온 말이 일말상초다. 요즘 육군은 2-6-6-4로 18개월이므로 일병 말이면 8~9개월이다. 어찌 되었건 절반 정도가 되었을 때 가부간의 곰신이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처음엔 남자 친구를 군에 보내고 지극정성으로 편지와 택배를 보내지만, 세월이 흘러 10개월 정도가 되면, 남자 친구 없는 현실에 적응도 되고, 정성도 떨어지며, 기다림에 지치게 된다. 물론 그중에 휴가도 있고, 면회도 가능하지만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  그런 와중에 소개팅 혹은 우연히, 아주 우연히 다른 남자를 보게 되면, 여태껏 못 보았던 아주 작은 매력이 엄청 크게 보이고, 조용히 고무신을 거꾸로 신게 되는 것이다. 


 남자 친구를 군대에 보낸 곰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상대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않을수록 마음도 그 상대로부터 떠난다. 왜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질까. 눈에서 멀어진다는 말은 시각적으로 멀고 가까움이 아니라 만남을 의미한다. 만남이 없거나 있다 해도 그 회수가 적어진 경우를 우리는 '눈에서 멀어진다'라고 한다. 지리적으로 원거리인 경우, 업무가 너무 바빠 자주 만나지 못하는 경우, 주야간 교대 근무 등으로 만날 기회가 여의치 않는 경우. 어떤 일로 토라져 냉각기를 갖는 경우 등등 눈에서 멀어지는 경우는 많이 있다 아무리 사랑한 사이라고 해도 이별 후엔,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마음이 멀어지고 기억이 점차 희미해지는 것도 눈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리라.


  만남이란 교류다. 상대방과의 소통을 의미한다. 만남은 관계의 시작이고 그 속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며 서로를 배려하게 된다. 만남을 통해 공통의 관심사가 생기고 친밀감이 더해지며 사랑이 다가온다. 만남 속에 다소의 티격태격으로 '사인 그래프'를 그려도 그 속에서 '미운 정 고운 정'이 는 싹트는 것이다. 안 보면 보고 싶고, 보면 즐거운 것이 사랑이다. 사랑하면 왜 보고 싶다는 감정이 생길까. 


  만남은 교류이지만 교류를 반드시 '물리적 만남'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대가 바뀐 만큼 교류의 방법도 다양하다. 예전에는 컴퓨터로 '채팅'이란 것을 했지만 지금은 휴대폰으로 웬만한 것은 다 할 수 있다. 교류는 마음과 마음의 연결이므로 여러 형태의 교류가 있을 수 있다. 어떤 교류가 가장 효과적일까.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앨버트 메러비언에 의하면 의사표현을 할 때 목소리 38%, 표정 35%, 태도 20%, 언어 7%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 주장에 따르면 우리가 상대에게 전화를 하면 목소리와 언어 합해서 45%만이 의사 전달이 되고, 카톡으로 하면 7%에 이모티콘이나 ㅎㅎ,ㅋㅋ등의 약간의 표정이 전해지고, 만나서 얘기를 하면 100% 전달될 수 있다는 얘기다. 어디 100% 뿐이랴. 만나면 터치에 의한 촉각까지 더해져 더 확실히, 더 깊게 의사전달이 될게 뻔하다.  오천만의 연락수단인 카톡은 전달 비중 7% 뿐 아니라 감정이 전혀 섞여있지 않으므로 서로 오해의 소지를 갖고 있는 큰 단점이 있다. 중요한 얘기일수록 만나는 것이 최선이다.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도 사랑을 키우기 위해선 만남이 최선이고 나머지 방법은 보조수단이다.


  만남, 즉 교류가 없으면 마음은 멀어진다.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눈을 보며 대화하는 것이 제일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변명이다. 시간은 만드는 것이고 사랑도 만드는 것이다.

이전 08화 사랑은 터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